내년 국채 발행 역대 최고 수준 예상…채권 시장 부담 지속
성장둔화·세수 불확실성에 재정 적자 확대 가능성 커
나라빚 GDP 대비 51.6% …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
정부가 2026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편성하면서 내년 국고채 발행량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채권 시장의 부담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미국의 상호 관세 발효 등 대외적 압력에 따른 성장둔화와 세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재정 적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내년 예산안을 반영하면 한국 국가 채무는 국내 총생산(GDP) 대비 51.6%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서 재정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
◆4거래일 연속 국고채 금리 상승 =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금리는 4거래일 연속 상승 중이다. 전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5bp(1bp=0.01%p) 오른 연 2.450%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2.870%로 2.3bp 상승했다. 5년물과 2년물은 각각 2.2bp, 0.8bp 상승해 연 2.619%, 연 2.380%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2.903%로 1.9bp 올랐다. 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1.6bp, 1.5bp 상승해 연 2.796%, 연 2.682%를 기록했다.
최근 3거래일 연속 금리가 상승한 것으로, 발행 물량 확대에 대한 경계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2026년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를 232조원으로 제시했다.
올해 본예산 기준 197조6000억원보다 34조4000억원(17.4%) 늘어난 금액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국고채 순증 규모는 올해보다 소폭 증가한 115조7000억원,차환 규모는 116조2000억원이다.
다만 올해 발행된 국고채는 두 차례의 추가 경정예산에 따라 총 231조1000억원을 발행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230조원 수준의 국고채 발행을 예상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국채 발행량이 역대 최대 규모인 것은 사실이지만 예상 수준의 규모라는 점에서 금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출 구조조정 의지도 함께 확인하고 있으며, 내년 경기 개선 등과 함께 세수 확대 기대 등을 고려하면 재정 관련 이슈는 불확실성 해소 측면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또 내년 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인한 자금 집행 기대도 발행 물량 부담을 덜어내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내년에도 추경 이슈 불거질 수 있어 = 하지만 내년 초부터 국채 발행량이 많기 때문에 채권 시장에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내년에도 추경이 편성이 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런 확장적 지출 기조에 대해 금융시장에서는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번 예산안 내용을 반영한 2026년 한국 국가 채무는 1415조2000억원으로 증가하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48.1%에서 51.6%로 높아지게 된다.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4.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성과지향적 R&D를 위해 출연연 과제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재정 혁신을 도모하고 있으나, 국채 발행 규모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하연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재정지출 규모를 큰 폭으로 확대해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 적자가 우려된다”며 “현재 예상보다 재정 적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달 국고채 발행계획 규모는 8월과 동일한 18조5000억원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매월 국고채 발행량이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11월까지 18조원대 발행계획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채권시장 부담은 매달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WGBI 편입으로 국채 발행 물량 부담이 잘 소화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량 소화 낙관론은 WGBI 편입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유입, 기준금리 하락 사이클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며 “하지만 WGBI 편입은 이미 3년째 이어져 온 이야기로 약 60조~76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것을 예상하지만 이 중 상당 규모는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