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원가상승·관세폭탄 ‘시름’
철근가격 하락-고철가격 상승 디커플링 … 미 관세 영향 수출 32% 감소
경기악화와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시름하고 있다. 특히 수요감소 상황에 여름철 건설분야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철근가격이 급락했다.
반면 원재료인 철스크랩(고철) 가격은 상승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4일 국내 철강업계에 따르면 철근가격은 5월 16일 kg당 745원에서 8월 1일 725원, 29일 690원으로 하락했다. 철근은 주로 건축·토목 현장에 널리 쓰이며, 콘크리트의 부착력을 강하기 위해 사용된다.
철스크랩 가격은 5월16일 402원에서 8월 15일 423원, 29일 433원으로 상승세다. 철스크랩은 차량부품 건물부속 잉여물질 등 제품 제조와 소비 후 남은 재활용 가능한 물질로 구성된다. 철스크랩은 전기로 제강의 핵심 원료다. 일부는 고로(용광로) 공정에서 보조 원료로 투입돼 원재료(철광석 원료탄)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역할을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철근수요가 줄면 철스크랩 가격도 동반 하락한다”며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폐차·철거현장이 줄다보니 철스크랩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제강사들은 원가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철스크랩 확보를 위해 구매 경쟁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또 현대제철은 9월부터 철근 ‘사전 주문제’를 시행하고 있다. 실수요를 미리 조사한 후 집계된 물량만 판매하는 방식이다. 공급과잉을 줄여 저가판매 경쟁을 막고 철근 시장가격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올해 들어 월별로 당진·인천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철근가격 안정 조치를 시행해 왔다.
이와 함께 미국의 철강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3월 12일 25%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6월 4일 50%로 추가 인상했다. 이러한 관세조치는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적용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8월 대미국 철강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32.1% 감소했다. 전체 철강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업계 1위인 포스코는 상반기 매출 17조9152억원, 영업이익 859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매출은 4.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0.4% 늘었다. 내수가격 상승과 LNG 구매단가 하락 등 원가절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포스코를 제외한 현대제철 등 다수의 대형 철강업체들은 상반기 경영실적 악화를 막지 못했다. 현대제철은 매출 8조9699억원으로 7.3% 감소한 데 이어 영업손실 636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이와 함께 풍산 동국제강 KG스틸 세아베스틸 동국씨엠 포스코스틸리온 대한제강 현대비엔지스틸 넥스틸 등은 영업이익이 두자릿수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강관업계의 경영실적도 눈에 띄게 나빠졌다.
세아제강은 올 상반기 매출 7368억원, 영업이익 47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각각 17.7%, 30.2% 감소했다. 휴스틸 금강공업 동양철관은 적자 전환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실적을 이끌던 수출 부진이 주요인”이라며 “하반기에는 50% 관세부과 영향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낙폭이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향 수출비중이 클수록 하반기 실적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강업계는 국내·외적으로 철스크랩 가격 상승, 전기요금 등 원가부담에다 관세폭탄까지 겹쳐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