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재능기부…“시민이 시민을 돕는다”
광명 아파트 화재 피해 극복 위해
시민대책위 다양한 연대활동 벌여
지난 7월 경기 광명시 소하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상을 잃어버린 주민들을 돕기 위해 시민들이 성금모금 자원봉사 재능기부 등 자발적인 연대 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지자체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민들이 중심이 돼 재난에 대응하는 새로운 협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4일 광명시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17일 오후 9시쯤 소하동의 10층 아파트 1층 필로티에서 큰 불이 나 현재까지 6명이 사망하는 등 65명이 피해를 입었다. 이 아파트에 살던 46세대 주민 134명은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고 친인척집이나 시가 마련해준 임시 거처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성금 1억6000만원 모금, 시민 395명 동참 =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피해복구 활동에 적극 동참했다. 그러던 중 사고 발생 1주일이 지난 지난달 24일 시정협치협의회, 시민참여커뮤니티, 적십자광명시지부 등 주민·봉사단체 중심으로 ‘소하동 아파트화재피해지원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가 구성됐다. 행정 중심의 일방적 지원을 넘어 시민사회의 연대와 참여를 바탕으로 재난에 대응하자는 취지로 출범했다.
대책위는 재난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실무위원회와 운영지원팀 시민성금팀 자원봉사팀 등 3개 실무팀을 운영 중이다. 성금 및 구호물품 모집, 의류·생활용품 제공, 심리지원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맞춤형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무엇보다 대책위가 지난달 말까지 전개한 지원금 모금 캠페인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모금액은 총 1억6000여만원을 기록했고 전체 참여자 489건 가운데 기업·단체를 제외한 개인후원이 395건에 달했다. 대책위는 성금과 구호물품 모집 홍보활동부터 배분 방법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모금된 성금은 수차례 회의를 거쳐 마련한 배분계획에 따라 오는 25일 피해 가구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광수 대책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일반 시민들이 많이 동참했다”며 “피해자가 많은 데다 갈수록 재난이 일상화되면서 시민들이 ‘내게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많이 참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명시 건축사회는 불이 난 아파트 복구 공사가 신속하고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건축사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설계도서 검토 및 현장관리 지원에 나선다. 이종식 광명시 건축사회 회장은 “복구 공사가 본격화되면 시공단계별 품질관리와 안전관리가 중요하다”며 “주민들에게 필요한 자문을 해주고 주 1회 현장방문 및 점검활동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 중심의 피해복구 활동 모델로 = 광명시도 화재피해 전담 TF팀을 구성하고 시민생활안전보험과 화재피해 지원금, 의식주는 물론 심리회복에 이르기까지 지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계속되는 폭염에 아파트 전체가 단전·단수되면서 썩어가는 음식물 처리와 냉장고 청소가 큰 골칫거리였다. 문제 해결을 위해 담당부서인 주택과는 물론 도시주택국 소속 전 직원(90명)이 팔을 걷어붙였다. 김남숙 주택과장은 “무더위 속에 10층 아파트를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음식물 등을 정리하는데 꼬박 3일이 걸렸다”며 “도시주택국은 물론 폐기물처리 등 관련부서 직원들이 흔쾌히 도와줘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광명시가 전국 최초로 재난상황 등에 대비해 마련한 ‘안전주택’은 피해주민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현재 안전주택에는 7세대 27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 거주 중인 최 모(30대)씨는 “우리 가족은 화재로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갈 곳이 없어 걱정이었는데 안전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돼 다행이었다”며 “깨끗하고 불편함이 없어 가능하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는 “예전 같으면 남의 일로만 여겼을 법한데 소하동이 아닌 광명시 전역에서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감사하면서도 시민들의 인식이 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시민대책위와 광명시는 이번처럼 ‘시민이 시민을 돕는’ 피해 복구 시스템이 다른 재난 상황에서도 가동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광수 대책위원장은 “이번에 밥차 세탁차 목욕차 등을 운영했는데 실제 재난발생 시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과 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대책위는 단순한 피해 복구를 넘어 시민이 스스로 지역사회의 버팀목이 되는 공동체 실현의 장”이라며 “행정과 시민이 함께 만든 대책위가 재난을 함께 극복하고 서로를 지키는 ‘시민중심 협치모델’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