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만에 열린 도심 숲길

2025-09-04 12:59:59 게재

강남구 광평공원 조성

통학로 개선도 동시에

서울 강남구가 600년간 닫혀있던 숲길을 손봐 주민들에게 돌려준다. 강남구는 일원동 광수산 초입에 2만2662㎡ 규모 광평공원을 조성하고 4일부터 개방한다고 밝혔다.

일원동과 수서동 일대에 걸쳐 있는 광수산은 조선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의 아들 광평대군 묘역이 자리한 곳이다. 서울 근교에 남아 있는 조선 왕가 묘역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꼽힌다. 강남에서 보기 드문 역사·문화 자원이다.

하지만 공유지와 사유지가 뒤섞여 오랫동안 외부에 개방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었다. 도심 속 숨은 산림자원을 정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강남구는 올해 광평대군 탄신 600주년을 맞아 역사적 자원을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공간으로 되살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훼손된 토지를 복원하고 쓰러진 나무 등을 정비해 산책로와 잔디마당 정원 등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광평대군 묘역으로 이어지는 초입은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산책길로 탈바꿈시켰다. 구는 “병원 인근이라는 입지를 살려 환자와 보호자가 치유와 휴식을 즐기고 유치원·어린이집 아이들이 숲 체험과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민간 토지 소유주와 협의해 약 1만960㎡ 규모 사유지를 공원에 포함시켰다. 보상 대신 협업을 택해 104억원 가량 예산 절감 효과를 얻었다.

강남구가 광평공원을 조성하면서 인근 왕북초등학교 통학로도 개선했다. 사진 강남구 제공

강남구는 공원 조성과 동시에 인근 왕북초등학교 통학로도 개선했다. 차량 통행이 많고 인도 폭이 좁아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했던 곳이다. 밤에는 조명도 부족해 길이 어둡고 위험하다는 민원이 계속 제기돼 왔다. 구는 공원과 맞닿은 200m 구간을 정비해 인도 폭을 넓히고 경관조명을 더했다. 도로변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녹지와 작은 쉼터를 조성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강남구 개청 50주년과 광평대군 탄신 600주년에 맞춰 탄생한 상징적 공간”이라며 “단순한 숲 개방과 통학로 개선을 넘어 강남의 새로운 생태·문화 대표시설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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