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5년 국정 설계자 - 정태호 의원(국정기획위 경제1분과장)
“규제개혁 집요해야…기존 규제의 기득권과 이해충돌이 문제”
“‘잠재성장률 2% 돌파’가 터닝포인트, 시점 당기느냐가 중요”
“코스피 5000포인트는 만만치 않은 목표, 하지만 가야할 길”
“너무 많은 의원입법도 규제 문제 … 증세는 국회에서 말해야”
“양도세·거래세 폐지하고 금융투자소득세 도입하는 게 합리적”
과도한 의원입법이 규제 강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증세에 대해서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폐기한 금융투자소득세의 재도입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문재인정부에서 대통령실 일자리수석을 지냈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전략기획본부장, 민주연구원장으로 전략 수립의 최전선에 있었다.
●이재명정부의 ‘진짜성장’ 패러다임은 기존의 성장 전략과 어떻게 다른가.
이재명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성장률을 반등시킬 수 있는 경제 정책 프레임, 틀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게 ‘진짜 성장 전략’이고 ‘3 플러스 1 성장 전략’이다. ‘3플러스 1’은 기술 선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 등 3개의 축에 이들의 토대가 되는 ‘지속 성장의 기반 강화’라는 축이 더해진 것이다.
‘기술 선도 성장’의 핵심 내용은 AI 시대로의 대전환이다. 우리가 IT 선도 국가가 돼서 선진국에 들어갔듯이 AI 선도 국가가 돼서 세계 3대 강국이 되고 대한민국의 지속 성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또 미래 첨단 산업에서 글로벌 선도 국가가 돼야 된다. ‘초혁신 경제’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 기존의 주력 산업들을 AI를 통해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연구개발(R&D) 혁신 생태계 조성과 미래 혁신 인재 확보도 중요하다.
‘모두의 성장’은 성장의 성과가 국민 전체에게 골고루 퍼져 나가는 것인데 특히 벤처, 스타트업이 활발하게 창업하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그 양질의 일자리에 청년들이 많이 취업을 하게 하는 구조다. 지역 균형성장도 이재명정부의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내용은 메가특구인 ‘5극 3특 전략’이다.
‘공정한 성장’의 핵심 내용들은 대-중소기업 관계에서 제일 심각한 기술 탈취를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소비자를 대변하는 단체가 허가 없이 자유롭게 소송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제안됐다.
3가지 성장전략을 위한 기반은 자본시장의 혁신, 규제 합리화, 적극적인 재정·공공혁신 등이다.
●다른 정부의 성장정책에도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했다.
이는 단임제와 연결돼 있다고 본다. 경제 구조 전환은 하루아침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5년이나 10년 이상 걸려야 되는 것들을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조급하게 추진하다 보면 모든 영역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되고 파열음이 커진다. 결국 저항 때문에 가지 못하거나 이걸 뛰어넘으려다 좌초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구조와 맞물려 있는 측면이 있다. 개헌이 필요하다.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 구조와 그러면서도 긴 안목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된다.
●잠재성장률 3%, 코스피 5000포인트는 달성 가능한가.
3% 잠재 성장률과 코스피 5000포인트는 우리의 비전이고 목표다. 만만치 않은 목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가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는 대단히 어둡다. 목표는 담대하게 세우되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적인 접근 방식이 목표에 근접하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정책을 치밀하게 조합해 낼 필요가 있다. 정책들을 어떻게 잘 배치하느냐의 문제다.
1%대로 떨어진 잠재 성장률이 2%를 돌파하는 게 중요하다. ‘2% 돌파’는 우리가 성장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모멘텀,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2% 성장’의 시점을 언제까지 당길 수 있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 목표도 중요하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전 세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국가 미래의 존망을 좌우하는 시기다. 국가 총력전으로 2~3년 이내에 승부를 봐야 한다.
●부동산 자금이 자본시장 등 생산적인 곳으로 실제 이동할까.
지금 부동산 시장은 어렵다. 이 고비를 넘겨야 대한민국의 지속 성장의 가능성이 있다라고 본다. 부동산 시장에 너무 많은 돈이 잠겨 있기 때문에 생산적 금융 쪽이 대단히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 중심의 성장에서 자본시장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돼야 된다. 지금이 기회다. 컨센서스(사회적 공감대)가 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은 자본 시장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업의 지배 구조에 대한 신뢰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상법 개정을 통해서 이미 제도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가고 있다. 두 번째는 자본시장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 주가를 조작하다 걸리면 진짜 패가망신할 정도의 엄격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안정적 자금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 연기금 활용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다.
대출 리스크 가중치를 조정하자는 제안도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위험가중치(RWA)를 15%에서 25%로 올리고 벤처기업 대출 가중치는 400%에서 150%로 낮추는 것이다. 금융 쪽에서는 자기자본비율(BIS)을 맞추는 데 있어서 이런 위험가중치를 고려해 대출규모를 조정하게 될 것이다. 가계부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90%에서 80%로 낮춰야 성장에 부담되지 않는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있다. 10%p 더 줄여야 하므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는 로드맵을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는 제안을 했다.
●자본시장 신뢰는 어떻게 확보하나.
핵심은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다. 경제 또는 기업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기본이다. 두 번째로는 제도 자체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느냐는 부분이다. 자본시장 혁신을 통한 프리미엄 정책은 기업 지배 구조에 대한 신뢰, 공정한 시장 질서, 안정적인 재정 공급 등 세 축이 잘 제도화되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는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규제개혁 성공요건은 무엇인가.
문재인정부때 규제 개혁을 직접 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집요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거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것들이 많다.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 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과거엔 관료 규제를 혁파하는 게 중요한 과제였는데 지금은 기존의 규제를 통해 이미 형성돼 있는 기득권과의 이해충돌이 문제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윈윈하는 대안으로 풀어내야 한다. 대표적인 게 ‘타다’ 문제다. ‘타다’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순간 기존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이 무너진다. 그들의 생존권을 지켜주면서 미래로 어떻게 나갈 것이냐는 해법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규제의 상당수가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의원 입법이 너무 많다. 입법의 숫자가 의원들의 평가 기준이 되니까 입법 경쟁은 자동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 숫자에 의한 평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의미 있는 법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사회연대경제가 잘 안됐다.
사회연대경제를 사회주의라고 공격하곤 하는데 이러한 인식이 큰 장애물 중 하나다.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사회 연대 경제로 바꿨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일자리 수석을 했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느꼈다. 선진국에서 사회연대경제가 차지하는 고용의 비중이 평균 7~10% 정도 인데 우리나라는 2~3%다. 사회 연대 경제는 고용을 늘리는 데도 결정적으로 도움을 주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출발은 기본법을 만드는 것이다. 사회연대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적 틀을 짜줘야 한다. 초기 출발은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중간 조직이 활성화돼야 한다. 윤석열정부 때 중간 조직에 대한 지원이 완전히 깎였다. 중간 허리가 무너져버릴 지경까지 왔다. 이를 회복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중간 조직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방안을 만들었고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이 공공성을 많이 띠고 있기 때문에 정부 또는 공공기관 시설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든가 공공 부문 조달로 지원해 주는 과제나 정책을 제안했다.
●AI 시대의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장 자동화수준은 오래 전부터 세계 1등이다. 이미 ‘고용없는 성장’에 들어와 있다. AI시대엔 더 확대된다.
그래서 기본사회를 통해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고 지속적인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계 최고의 창업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축이 같이 가줘야 AI 시대에 고용 없는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
●에너지기후부 신설에 이견이 많다.
에너지 산업 자체가 우리로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AI 시대에는 에너지를 엄청 많이 쓴다. 제조업 국가라는 점에서도 에너지 수요가 많다. 또 한쪽엔 환경을 보호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 에너지 산업 쪽이 위축되면 에너지 공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겠냐는 근본적인 질문들이 있다. 또 한편엔 대한민국이 탄소 배출로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으니 환경적 관점에서 에너지 산업을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후자의 손을 지금 들어준 거다. 에너지 쪽을 강조하는 산자위 의원들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따를 수밖에 없다.
●증세가 필요한 시점인가.
개인적으로 고민하는 게 우리가 소득 조세 부담률이 17.8%라는 거다. 선진국이 평균 25%다. 문재인정부때 22%였다. 이게 4.2%p나 떨어진 것이다. 성장 얘기하면서 증세 얘기하면 메시지가 꼬이니까 증세 얘기는 감히 꺼내지를 못하고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도 성장을 하려 하냐, 기업 옥죄기부터 하냐 같은 공격을 받았다. 정부도 세금 얘기를 자신 있게 못 꺼낸다. 국회에서 해줘야 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다시 해야 되나.
금투세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훨씬 유리한 거다. 큰손들 주장에 유리한 제도를 발로 차버렸다. 지금 주식시장의 거래세, 양도세 부분은 대단히 기형적이다. 돈을 잃어도 거래할 때마다 세금을 내야 되고 양도세의 경우는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이 부자들을 걱정하고 있다. 애초 금투세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제안을 했던 거다. 세제가 복잡하니까 상품 개발이 너무 어렵다는 거였다. 문재인정부 때 이를 검토해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대신 양도세와 거래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게 합리적이다.
미국과 일본 등 다수의 선진국은 주식거래에 따른 자본이득과 손실을 통산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과세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조세정책상 자본손실 공제를 허용해 모험적 투자를 활성화해 혁신적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