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세금체납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오늘 인사청문회…도덕성 검증 관건
야당 “기초질서 무시하는 사람이 장관직 제대로 수행할지 의문”
이재명 공정경제 설계자 … 재벌개혁·분배정의 소신파 권위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56) 국회 인사청문회가 5일 이어진다. 학계는 주 후보자를 소득 불평등 해소와 분배정의, 공정 경제체계 분야 권위자로 평가한다. 특히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에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논란이 된 ‘플랫폼 독점규제법’ 제정 필요성에도 공감하고 있다. 주 후보자가 임명되면 윤석열정부 3년간 주춤했던 재벌개혁과 플랫폼·대기업·가맹본부의 갑질 개혁 문제 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당은 주 후보자의 세금 체납과 상승적 과태료 미납 등 도덕성 검증을 벼르고 있다. 기초 준법의식도 없는 사람이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하겠느냐는 문제제기다.
◆공정시장 철학은 확고 = 주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0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1년에는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를 설립해 소득 분배와 공정성 연구를 이어왔다. 한국사회과학학회장도 역임했다. 저서로는 ‘분배적 정의와 한국사회의 통합’ ‘정의로운 전환’ ‘정책의 시간’ ‘혁신의 시작’ 등이 있다. 올 3월에는 ‘애덤 스미스 경제학’을 출간했다.
지난 대선 캠프에서는 경제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이재명정부의 공정경제 관련 정책을 설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 후보자는 교수 시절부터 시장에서의 불평등 이슈에 관심을 가져왔다. 공정한 경쟁법 집행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한 공정위의 적극적 역할에 대한 소신과 의지가 남다르다고 느꼈다. 자율규제로 일관했던 윤석열정부 공정위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 주 후보자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필요하다면 추가로 과징금 상한을 상향하는 방안 등도 고민해 볼 것”이라며 “공정위 과징금에는 부당이득 환수 성격도 있는 만큼, 과징금 일부를 피해구제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징금엔 부당이득환수 취지도 = 공정위 역할 강화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그는 같은 답변에서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집중, 소수 지배주주의 이익에 편중된 비합리적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사익편취 행위는 공정위가 적극 감시·억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에게도 공정한 성장의 기회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플랫폼법 입법 방향에 대해서는 “국적에 따른 차별 없이 동일한 법적 원칙과 기준을 적용하겠다”며 “미국 측과 소통을 강화해, 국익차원에 문제가 없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플랫폼 법은 한미 통상이슈가 해결 된 이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 후보자는 “미국 측은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과 같은 빅테크 사전규제의 확산을 특히 우려하고 있으며, 관련 통상 이슈 또한 플랫폼 독점규제법에 집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플랫폼법 입법이 미국 기업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돼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통상이슈가 제기됐으므로 국적에 따른 차별 없는 법 적용과 미국 측과의 소통 강화로 통상문제를 지속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내 소상공인 보호와 관련된 플랫폼 공정화법의 경우 상대적으로 통상 이슈와의 관련성이 적다”면서도 “일부 사업자협회 등 미 재계에서 우려한 바가 있어, 관련 동향을 면밀히 살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논란 중인 배달앱의 과도한 수수료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주 후보자는 “이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면서도 “거래 투명성 강화, 입점업체 협상력 제고, 상생 방안 제도화 등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주 후보자는 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중소·벤처기업 성장기반을 훼손하는 불공정 관행 근절 △소상공인·입점업체 등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 강화 △소비자와 중소기업의 피해구제 기반 확대와 공정위 법 집행 역량 강화를 핵심추진과제로 손꼽았다.
◆축소된 기업집단국 원상회복? = 공정위의 인력 확충 방안에 대해서는 “공정성장 등 국정철학 실현을 위해 공정위 기능과 역량을 질적·양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조사·심의 기능 외에도 경제분석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보강하고, 사건 처리 신속화와 효율화를 위해 내부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정부 들어 단행된 지주회사과 폐지와 기업집단국 축소에 대해 “제반 사정을 잘 살펴보겠다”며 방향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2017년 9월 신설된 기업집단국은 최초 정원 54명으로 시작했지만 2022년 10월 지주회사과가 폐지되며 축소됐고 현재는 37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맹·대리점주들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단체구성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 의견을 내놨다. 윤석열정부에서 공정위는 “업계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주 후보자는 “단체구성권 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적극 공감한다”며 “가맹·대리점주의 협상력 강화는 갑을 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해 공정거래질서 확립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계 재편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예외하는 안에 대해서는 “독과점에 따른 가격인상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취임하게 된다면 개별 법률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신중론을 폈다.
◆도덕성 검증 벼르는 야당 = 하지만 야당은 주 후보자의 상습적 세금체납 이력을 들어 도덕성공세를 펴고 있다.
주 후보자는 경기 의왕시가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부과한 아파트 재산세 1·2기분(각 22만6260원)을 체납했다. 또 납부 기한을 넘기고 체납 고지에도 응하지 않아, 의왕시는 지난 2월 주 후보자의 아파트 지분(2분의 1)을 압류조치했다.
종합소득세 납부 기한도 수차례 어겼다. 2018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1년 가까이 지체한 끝에 2020년 3월에서야 납부했고, 2019·2020·2023년 귀속분 역시 제때 내지 않고 후보자가 된 뒤 뒤늦게 납부했다.
아울러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8건의 도로교통법 위반(속도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특히 과태료 체납으로 차량이 14차례 압류되기도 했다. 자동차 등록원부를 보면 주 후보자 부부가 소유한 SM3 차량은 9차례, K7 차량도 5차례 등 총 14차례에 압류 대상으로 등록됐다.
이에 대해 주 후보자 측은 “종합소득세, 자동차 과태료 등의 신고 및 납부가 제때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바쁜 일정으로 신고·납부 기한을 놓쳤거나, 세금 신고에 미숙해 일부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현재는 모두 완납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