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안에 대형 미끄럼틀이?

2025-09-05 11:02:38 게재

동작구 상도동 신청사

입주상가 활성화 방안

“지상 4층 높이에서 지하 1층까지 이어집니다. 동네 명물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장승배기 신청사. 5일 신청사 개청식을 앞두고 박일하 구청장이 기자들을 초대해 사전 안내에 나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나무 모양 기둥을 감싼 15m 높이 대형 미끄럼틀이다. 박 구청장은 “이런 걸 왜 하느냐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동작 디라이드
동작구 신청사 중정에 대형 미끄럼틀이 설치돼 있어 방문객들 눈길을 끈다. 아동부터 성인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진 동작구 제공

가칭 ‘디(D)-라이드’라 이름 붙인 대형 미끄럼틀은 동작구 신청사 탄생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난 2014년 옛 노량진 청사를 현재 위치인 장승배기로 이전하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할 때 부지에 포함된 재래시장 상인들 반대가 있었다. 협의 끝에 상생을 위해 공공 업무시설과 상가가 공존하는 ‘관상(官商)복합’ 건물을 짓기로 했다.

신청사는 지하 3층부터 지상 10층까지 이어지는 연면적 4만4671㎡ 규모다. 이 가운데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46개 점포가 둥지를 틀 예정이다. 일부는 입주를 마쳤고 개청식 이후 입주를 위해 준비가 한창인 곳도 있다. 박 구청장은 “공무원들이 상가 매출을 책임질 수 없다”며 “그렇게 한다면 관상복합을 추진한 의미도 없다”고 강조했다.

마침 신청사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뻥 뚫린 중정(中庭) 구조로 지어졌다. 이 공간을 활용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대형 미끄럼틀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낙점됐다. 박 구청장은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건물은 내부가 정글처럼 꾸며져 있다”며 “딱딱함을 덜고 주민들 공간이라는 의미를 부각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커다란 나무 모양 기둥을 세우고 이를 휘감는 방식으로 미끄럼틀을 배치했다. 2층과 1층에서 각각 탈 수 있는 복합 구조다. 동작구 신청사는 저층부 층고가 높아 일반 건물로 따지면 각각 4층과 2층 높이다. 나무 위쪽은 별 혹은 꽃잎처럼 보이는 조형물을 설치했다. ‘별처럼 빛나는 도시’ ‘빛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의미한다. 조형물 자체를 크리스마스트리처럼 꾸며 볼거리를 더한다는 구상이다.

미끄럼틀은 오전 11시부터 매시 정각에 15분간 운영된다. 키가 120㎝ 이상인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담 요원이 배치돼 있어 이용자들 안전을 챙긴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대기 인원이 많으면 20분 25분 30분까지 점진적으로 이용 시간을 확대할 것”이라며 “미끄럼틀과 크리스마스트리가 지역 명소로 자리잡아 입주 상가는 물론 인근 상권까지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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