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본 자동차 관세 15%로 인하
일 대미투자 5500억불, 농산물 등 시장 추가개방
한국 차 관세 아직 25%, 일시적 가격차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27.5%에서 15%로 인하하는 무역협정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일본은 대미 투자 5500억달러(약 766조7000억원)와 미국산 쌀 구매를 75% 늘리는 등 시장을 추가 개방하기로 했다. 한국도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공식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일본이 먼저 행정적 절차를 마치면서 당분간 미국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관세 격차가 불가피해졌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전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무역 합의 이행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행정명령에는 일본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적용되던 총 27.5%(기존 2.5%+추가 25%) 관세를 15%로 조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보 게시 후 7일 이내에 품목 코드(HTSUS) 수정 등 행정 절차를 완료하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에서 일본에 부과한 상호관세 역시 기존 관세에 ‘추가 15%’를 부과하는 방식에서 ‘일괄 15%’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관세가 15% 미만인 제품은 상호관세를 더해도 최대 15%를 넘지 않도록 했고, 기존 관세가 15% 이상인 품목은 상호관세를 가산하지 않는다. 이는 유럽연합(EU)에 적용되는 조건과 동일하며 일본 측이 요구해 온 내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생산이 불가능한 천연자원과 복제 의약품과 원료 등에 대해서는 상호관세를 0%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상무부 장관에 부여했다. 추후 분야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일본이 이행해야 할 조건도 명시됐다. 일본은 미국의 제조업 항공우주 농업 식품 에너지 자동차 공업용제품 생산자에 시장을 더 개방하기로 했다. 일본은 미국산 쌀 구매를 75% 늘리고, 옥수수 대두 비료 바이오에탄올 등 연간 80억달러(약 11조원) 상당의 농산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또 미국에서 제조하고 미국에서 안전 인증을 받은 승용차를 추가 인증 절차 없이 수입하도록 했다.
일본은 미국산 민간 항공기와 군사 장비도 구매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가 미국에 투자하는 5500억달러의 투자처는 미국 정부가 선정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편 한국도 지난 7월 30일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와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조건으로 25%의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한 행정명령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당장 일본보다 10%p 가격 경쟁력이 불리해지기 때문에 우리에 대한 관세 인하 조치도 조속히 시행되도록 정부가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특히 부품업체들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법인세나 전기요금 한시 인하 등 가격경쟁력 보완을 위한 정부의 특단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숙·이재호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