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을 지키는 공무원, 공무원을 지키는 국가

2025-09-08 13:00:02 게재

최근 이태원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대원 2명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공무원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늘날 대규모 재난·재해의 증가, 행정수요의 복잡·다양화 등 행정 환경의 변화는 재난 트라우마나 감정노동과 같은 직무상 위험 요인을 확대했으며 이에 노출되는 공무원도 점점 늘고 있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공무상 ‘자살’은 지난 2019년 4건에서 2024년 18건으로 5년 만에 4배 이상 증가했고, 전체 공무상 재해 승인 건수도 같은 기간 5654건에서 7073건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공무수행 중 재해를 입은 공무원과 유족에 대한 보상과 예우를 위해 ‘재해보상급여’를 지급하고 있으며 연간 지급 규모는 지난 2023년 처음으로 20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공무상 재해로 인한 손실 비용은 보상급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산업재해 분야에 널리 통용되는 ‘하인리히 방식’에 따르면 재해로 인한 총손실액은 직접비용인 보상급여 외에 인적 생산 손실 등 간접비용도 포함해서 산정해야 하고, 이때 간접비용의 규모는 직접비용의 4배에 달한다. 이를 적용하면 공무상 재해로 인한 연간 총손실액은 보상급여 지급액의 5배로 1조원을 웃돈다.

재해 발생 이전에 선제적 예방 더욱 중요

“1온스의 예방은 1파운드의 치료보다 낫다(An ounce of prevention is worth a pound of cure).” 벤저민 프랭클린이 1736년 필라델피아 화재 예방 캠페인에서 남긴 이 말은 공무상 재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재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재해는 일단 발생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낳기 때문에 발생 이전에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공무상 재해의 예방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는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공직은 민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민간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각각 산업재해보상과 예방에 대해 규율하고 있지만, 공무상 재해에 관한 법률은 ‘공무원 재해보상법’ 하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조항이 보상급여의 지급 기준이나 절차에 치중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업무상 위험을 최대한 회피·축소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민간과 달리, 재난 현장 등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공무원에게는 오히려 민간보다 더 체계적이고 철저한 재해예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무원 재해예방 제도를 총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해 정부는 공무원 재해예방의 법적 근거를 구체화하는 내용의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일부 조항의 개정만으로는 129만 공무원의 건강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공직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 준하는 재해예방 기본법이 필요하며, 이는 건강하고 안전한 공직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건강과 안전이 두텁게 보호받을 때 모든 공무원이 위기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와 행정서비스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보호책임 다해나갈 것

앞으로도 정부는 공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과 예방을 아우르는 건강 안전 확보체계를 강화해 헌신하는 공무원이 더 이상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지 않도록 국가의 보호책임을 다해나갈 것이다.

박용수 인사혁신처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