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국회의원이 어찌 그 모양인가”

2025-09-08 13:00:01 게재

정당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의 결사체다. 비슷한 생각의 사람이 몰려 있으니 밖에서 보기에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나 행태도 내부문제로 양해하고 넘어간다.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외연확장을 위한 이슈보다 상식 밖의 주장으로 내부결속을 외치는 주자가 더 주목받고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당 밖의 태도와 지향점은 달라야 한다. 특히 정권을 잡고자 하는 유력정당이라면 말과 행동의 주파수와 지향점을 외부에 맞춰야 한다. 당 안의 밀실에서나 할 법한 행동이 국회나 민생현장에서 드러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 다선 의원의 “초선은 가만이 있어” 엄포는 그래서 심각하다.

다수의석의 여당은 내란종식·검찰개혁 등을 내걸고 질주 중이다. 야당 추천 인권위원을 부결시키고, 상임위 야당 간사 선출건을 패스했다. 여당의 폭주라는 인식을 심기에 충분한 의제다. 그런데 “초선은 빠지라”는 외침으로 다 묻혔다.

초선에게 압력을 행사하던 그들 다선은 뭘했지. 계엄군의 불법적인 국회 침탈에 눈 감고, 정당한 영장집행을 막기 위해 우르르 몰려갔다. 정권을 내주고도 갈팡질팡 하고 있는데도 다선의원들이 반전을 꾀하는 뭔가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호위무사 말고 소신정치하라고 격려해도 모자랄 판에, 야당이 저리 무기력한 이유가 있구나에 다다른다.

여당 의원들의 행태도 과히 깔끔하지 못하다. 야당 때 국회의 예산심의권 강화와 재정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예산안 자동부의 조항 폐지법안을 통과시키더니, 여당이 되고 나니 ‘헌법과 충돌’을 언급하며 고개를 젓는다. 이런 입장바꾸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입법부 독자성과 국회의원의 책무를 그렇게 강조하더니 국회의장 출신의 국무총리 취임을 용인했다.

유권자들은 늘 고심한다. 하는 꼴로 봐서는 싹 갈고 싶은데, 살림살이를 생각하면 생짜보다는 일머리가 있는 다선을 대리로 보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임기 대부분을 지역구에서 보내는 의원에게 ‘나랏일을 하라’며 다그치면서도, 지역구를 자주 찾지 않은 이에게 “다음 선거는 포기한 모양”이라고 핀잔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금귀월래(금요일부터 지역구, 월요일은 국회로)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선출직이 어려운 것 아니겠나.

수학자인 채수찬 카이스트 교수에 따르면 ‘잘한다’에서 ‘잘’의 수학적 위치는 0이 40개에 달하는 ‘정’과 같다. ‘억’의 0은 8개이니 ‘잘한다’는 칭찬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

국회의원 3선쯤 되면 “나라고 대표, 대통령 하지 말라는 법 있나”라고 호기를 부리는 이들이 있다. 허무맹랑하다면서도 ‘잘하겠다는데’로 평가하면 나무랄 일도 아니다. 잘한다는 고사하고 ‘어찌 그 모양이냐’ 소리를 듣는 이가 갈수록 늘어 걱정이다.

이명환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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