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무더기 송치에 뒤숭숭한 경기도의회

2025-09-08 13:00:01 게재

뇌물수수·모욕 등 혐의

현역 도의원 5명 송치

경기도의회가 혼란 속에 임시회를 개회했다. 민생쿠폰 예산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개회 전날 도의원들이 뇌물·모욕 혐의 등으로 대거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8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지난 5일 제386회 임시회를 열고 오는 19일까지 40조9467억원 규모의 경기도 추경안과 247건의 민생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5일 검찰에 송치된 양우식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에 대해 국민의힘 경기도당에 제명을 촉구하는 현수막 시위를 벌였다. 사진 공무원노조 제공

그러나 회기 시작 하루 전날 경찰은 지능형 교통체계(ITS)사업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세원(화성3) 이기환(안산6) 정승현(안산4) 도의원과 자금 세탁책 등 5명을 구속 송치했다. 같은 혐의로 최만식(성남2) 도의원과 김홍성 전 화성시의회 의장, 자금 세탁책 등 총 6명도 불구속 송치했다.

해당 의원들은 ITS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씨에게서 경기도특별조정교부금 선순위 배정을 청탁받고 수천만원에서 2억8000여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날 양우식(비례) 도의회 운영위원장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성 발언을 해 모욕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무려 도의원 5명이 같은 날 재판에 넘겨지자 김진경 의장이 고개를 숙였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최근 일부 의원의 불미스러운 일로 도민께 깊은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려 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더욱 엄격한 책임 의식과 투명한 의정활동으로 도민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무더기 송치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도의회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달 뇌물수수 혐의로 도의원 사무실 등이 압수수색을 당하자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을 향해 해당 도의원들의 제명과 감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에 검찰에 송치된 도의원들은 과거 민주당 소속이었거나 현역 민주당 의원이다.

모욕 혐의로 송치된 국민의힘 소속인 양우식 위원장에 대해서도 제명 요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은 양 위원장의 송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성명을 내 “양우식 의원의 발언이 문제가 있었음을 사법기관에서도 인정한 것”이라며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해당 도의원을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경기도당 윤리위는 지난 5월 해당 안건으로 양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 비판이 제기되자 구체적 사실관계가 밝혀지면 추가 징계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소속 한 도의원은 “동료 의원들 대부분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당황해하면서도 수사가 확대된다는 소식에 파장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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