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매년 27만가구, 예산확보는 어떻게

2025-09-08 13:00:02 게재

LH 보유 땅 매각없이 시행, 내년도 정부예산에는 반영 … 채권 발행·건설사 참여가 성공 가를듯

정부가 첫 주택공급 대책인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공공주도 주택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착공 물량을 목표치로 설정해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부는 7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5만가구를 매년 27만가구씩 5년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발표한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방안’에 이은 수도권 중심 주택공급 방안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 전면에 나선다. LH가 소유한 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시행에 나서고 민간이 자금조달과 설계, 시공을 전담하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으로 추진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민간이 부동산 호황기에는 개발이익을 누리고, 불황기엔 공급을 중단해 공급 변동성이 컸다”며 “매각 예정인 공동주택용지부터 절차를 중단하고 LH 직접 시행으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예산 확보다. LH가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려면 정부자금지원과 채권발행 등을 동원해야 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2026년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공적주택 확대에 22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16조5000억원보다 6조3000억원 증액된 수준이다. 이번 공공주택 공급확대 정책을 위해 예산을 추가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 예산으로 주택공급계획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 LH가 기존 부지를 매각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주택 물량을 조기에 착공하려면 매년 추가 예산 확보와 함께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LH에 따르면 채권 발행시 성공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H는 10여년전부터 민간참여 방식의 사업을 진행해왔다. 민간 시공사와 공동 시행권을 가지고 사업비는 민간이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번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은 시공사가 공사를 맡는 대신 공사비 일부를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주택이 분양가상한제 등의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민간 시공사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첫 주택공급정책은 민간 건설사 참여 여부와 LH의 채권 발행이 성공을 가르는 열쇠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전 정부들과 달리 ‘착공’이라는 일관된 기준에 따라 국민 여러분이 선호하는 위치에 ‘충분하고 지속적인 주택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심 정비사업 연계 공급방안 실효성은 = 서울 도심의 노후 공공임대주택과 공공청사 등도 활용한다. 강남 강서 노원 지역의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재건축을 추진해 2030년까지 2만3000가구를 착공한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노원구 상계마을·하계5단지·중계1단지 사업을 조속히 진행하고 2027년부터 수서(3899가구), 가양(3235가구) 등 사업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30년 이상된 공공청사와 유휴 국·공유지도 활용해 수도권에 2만80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 서울 도봉구 성대야구장 부지(1800가구), 송파구 위례업무용지(1000가구),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 부지(700가구), 강서구청 별관 부지(558가구) 등 총 4000가구가 우선 추진 대상이다.

공공 도심복합사업 제도 개선을 통해 2030년까지 5만 가구도 착공한다. 그간 공공 도심복합사업의 사업 성과가 부진하다는 평가에 따라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4배로 완화하는 규정을 기존의 역세권에서 저층 주거지까지 확대해 3년간 시행한다.

공모 방식으로 선정한 1기 신도시 선도지구에 주민 제안 방식을 전면 도입하고, 물량 확대를 통해 6만3000가구를 착공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경우 정부의 절차 간소화 지원 등으로는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 지금까지 1기 신도시 재건축과 서울 목동 재건축도 각종 지원방안이 제시됐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비사업 지원은 행정 절차 간소화가 아닌 이익환수금 조정 등 경제적 이익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부정거래단속 전문기관 신설 효과 = 정부는 대출규제와 부동산 관련 감독조직 신설도 추진한다.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종전 50%에서 40%로 강화하고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또 동일 시·도 내에서 현재 지자체장이 보유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은 법 개정을 거쳐 국토부로 확대한다.

국토부와 금융위·국세청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부동산 범죄 대응 조직도 신설해 부동산 시장 관리 감독 기능도 강화한다. 국토부 내 가격띄우기, 다운계약 등 불법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특사경을 설치해 기획부동산, 허위매물 등에 대한 처벌근거를 마련한다.

이외 공인중개사가 주택 매매계약을 신고하는 경우에는 계약서와 계약금 입금 증빙자료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국세청도 강남권 주택 20억원 이상 거래에 대한 자금출처 등 세무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경찰이나 국세청이 부동산 범죄의 감독·수사 기능을 강화하고 있어 당분간 고가주택 거래는 종적을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철·김성배 기자 sc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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