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5년 국정 설계자 - 조승래 의원(국정기획위 국민주권위원장)

“정치·행정 전면에 ‘국민’을…공무원 일하는 방식 바꾼다”

2025-09-08 13:00:03 게재

‘모두의 광장’ 경험, 국정 반영 … 한 곳서 접수, AI 활용해 분류·전달

국민제안 259건 국정과제 포함 … 대통령실, 인터넷 토론 진행 검토

국정과제 평가도 국민이 직접 참여키로 … “공무원 상벌기준 정교해야”

“당정 간의 정보공유 등 소통수준 높여 ‘당정관계 현대화’ 추구해야”

사진 이의종
이재명정부는 ‘국민주권정부’를 선언하면서 주권을 가진 국민들이 국정에 적극 참여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인 조승래 의원은 국정기획위 국정기획분야 위원이면서 국민주권위원장으로 이재명정부의 ‘쌍방향 소통’ 방향을 설계했다.

국민주권위원회는 인터넷 플랫폼인 ‘모두의 광장’을 두 달 가까이 운영했다. 국민들은 제안과 민원 등 ‘하고싶은 말’을 180만여건이나 접수했다. 국민주권위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1만1000여건의 정책 제안 중 중복 등을 걸러 9400건을 부처에 보내고 259건을 국정과제에 반영했다. 123개 국정과제와 600개가 넘는 세부 실천과제에 녹아들어갔다. 이 경험은 그대로 이재명정부 국정운영에 접목될 예정이다.

조 의원은 “국민들이 정치와 행정의 전면으로 등장했다”며 “국민주권위원회에서 운영해본 AI 기반 소통플랫폼을 대통령실에 제안했고 검토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는 문재인정부의 국민청원과 같이 ‘20만명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문턱을 없앨 계획이다. 소중한 제안이 양적 기준에 의해 사장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문턱을 낮춰 너무 많은 민원이 몰려 들어와도 문제없다. ‘인공지능’이 분류하고 정리하고는 적절한 기관에 보내는 작업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국정기획위가 두 달 가까이 실험했던 인터넷 플랫폼인 ‘모두의 광장’과 함께 민원 현장을 직접 찾아 해결하는 ‘현장형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국정과제 평가까지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해 놓았다고 했다. 조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진행했다.

●이재명정부의 소통은 어떻게 다른가.

이재명정부는 계엄과 내란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출발했다. 그 과정에서 보여줬던 국민들의 에너지, 참여 열기를 어떻게 새로운 정부 출범의 에너지로 동력화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였다. 국민주권시대라는 상징처럼 국민들이 정치와 행정의 전면에 등장하는 시기가 온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소통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국민들에게 설명해 주고 공유해 준다는 ‘시혜적 소통’이 있고 의견을 듣겠다고 하는 경청 등 ‘의견 수렴형 소통’이 있다. 이재명정부는 이 모두를 포괄할 생각이다. 결국 소통의 결과가 국민들이 정치와 정책, 집행, 행정의 주인이 된다라는 개념이다.

●현 정부에서도 ‘모두의 광장’ 같은 플랫폼이 운영되나.

국정기획위는 ‘모두의 광장’ 플랫폼이 이재명정부에 필요하다고 대통령실에 의견을 줬다. ‘모두의 광장’ 운영 노하우를 대통령실이나 정부 측에서 사장시키지 말고 이관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했다. 다행히 대통령실은 고민을 하고 있고 대통령도 이미 지시를 했다고 한다.

‘모두의 광장’ 플랫폼은 포털(입구)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포털에 들어와 정책 제안이나 규제, 안전 등 각종 민원을 입력하면 각기 영역대로 보내진다. 국민 입장에서는 민원이나 제안 성격과 상관없이 ‘모두의 광장’ 플랫폼에 들어와서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으로 입력하면 AI 분류시스템에 의해 분류돼 국민신문고나 안전신문고, 규제신문고 등에 보내진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

민원과 정책 제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려주는 피드백도 중요하다. 정책 제안이 들어오면 첫 번째로 ‘접수됐습니다’라고 피드백을 해드리고 두 번째로는 ‘이 건은 어디로 이첩했습니다’라는 통보가 이뤄진다. 그러고 나서 민원 처리가 정리되면 ‘이렇게 처리됐습니다’라며 세 번째 통보를 하게 된다.

●문재인정부의 ‘국민청원’과 같은 형식은 따로 없나.

우리가 설계한 것은 시민들은 질문하고 공직자들이 답변하는 방식보다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서 이슈와 제안에 대해 같이 검토되고 같이 결론을 내리고 집행된 것을 평가하는 과정들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국민청원은 20만명, 국회의 국민동의청원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 정도의 동의 숫자를 확보하려면 조직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서는 어렵다. 양적인 지표로만 하게 되면 좋은 제안들이 사장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양적인 지표뿐만 아니라 정성적 지표도 내부에서 검토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목소리는 작지만 반드시 해야 할 민원 혹은 제안들이 있을 수 있지 않겠나.

●국민들의 민원에 대해 집권여당에서 지원할 것도 있을 것 같은데.

만약에 정책과 관련한 국민들의 제안에 관해 토론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온라인상에서 구축된다면 여당의 정책 관계자들이나 상임위원들도 들어가서 어떤 내용들이 토론되는지 모니터링 해야 될 것이다. 당정 협의를 하면서도 포털에 들어와 있는 좋은 제안들의 경우엔 당에서 좀더 심도있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안도 하고 토론도 하는 건가.

국정기획위는 토론 공간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통령실 경청 수석실이나 행안부 등에서 어떻게 구축하는 게 적절할지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찾아가는 ‘모두의 광장’도 인상적이었다.

‘찾아가는 모두의 광장’이라는 소통 버스를 운영했다. 관공서에 세팅해놓으면 시민들이 줄을 서서 민원을 제기했다. 강원도 양구 같은 경우에는 고속철 민원이 있었다. 고속철도가 마을을 관통해 지나가는데 철로를 토성 쌓듯이 쌓으면 마을이 완전 단절되니 다리 형태로 해달라는 민원이었다. 국정기획위원회의 국민주권위원회, 강원도 양구군, 철도공단, 민원인들이 4자 회동을 통해 조정안을 만들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조정 회의를 활용해 당사자들이 조정합의문에 사인했고 저도 국민주권위원장으로서 일종의 공증을 했다.

또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한 해변에 파래 번식으로 해수욕장을 사용할 수 없게 돼버렸다는 집단 민원이 들어왔다. 해수부 장관이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연안 관리 계획을 수립해 대책을 세우고 국가가 사업비의 70%를 보조해 보겠다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민원을 해결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현장에서 직접 얘기를 들으면 구체성이 생기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당사자들이 현장에서 서로 해야 할 역할을 조정하다 보면 문제가 해결된다.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께서 취임후 타운홀 미팅을 하고 그 해당 지역의 주요 관심사나 이슈 제안들을 받아서 토론을 통해 정리하는 게 모델이다.

●정권 초반에 국정기획위의 강제력이 작용한 게 아닌가.

그럴 수도 있다. 그래서 제도화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으로 내재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혁신이라는 것은 제도를 새롭게 설계하는 게 아니라 있는 제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공무원 혹은 주체만 있어도 가능하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때부터 현장에서 행정을 하고 여러 가지 복잡한 현장의 민원들을 해결했던 노하우를 갖고 있다. DNA는 이미 그렇게 세팅이 돼 있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그 생각이 전체 공직 사회에 어떻게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착될 것인가가 숙제다.

감사원에서 정책 감사라는 미명 아래 전 정부에서 진행됐던 것들을 탈탈 털어 공무원들을 징계하고 심지어는 기소하는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공직사회가 경직되고 소극 행정으로 일관하기도 했다. 그래서 우선은 감사원의 정책 감사 기능을 없애버리겠다고 대통령께서 직접 말씀하셨고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또 적극행정 면책 제도라는 것이 있다. 제대로 작동이 안 돼서 문제다. 이제는 소극 행정을 어떻게 적극 행정으로 전환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 상벌기준을 좀 더 정교하게 짤 필요가 있다.

●국정기획위 초반에 검찰 등의 업무보고를 받지 않기도 했다. 이후 공무원들의 태도가 바뀌었나.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유능하다. 이순신의 부대와 원균의 부대가 다르지 않다. 이순신 수군의 전승과 원균 부대의 완패는 어떤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의 문제였다. 그런 점에서 유능한 걸 숨기거나 ‘짧고 길게 가려는’ 보신주의는 어느 정도 불식됐다고 본다.

국정기획위에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 회의를 했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잘 못하던 공무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안 된다, 된다 등도 명확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자기들 스스로 유리 천장을 깬 거다.

●국정과제 성과평가에서 국민들도 참여하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많이 제안한 게 평가 방법이다. 일은 결국 공직자들이 하고 관리도 공무원들이 한다. 그러고 나서 국무조정실이나 정책기획위원회든 대통령실이든 국정 과제를 중심으로 평가를 하게 된다. 문제는 평가 시스템이나 평가 방법, 평가 철학이 구태의연하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평가 지표를 가지고 공무원들이 행정적으로 평가하듯이 하게 되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와 공직자 내부 평가 결과가 괴리되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하나의 제안자 혹은 정책 설명의 대상자가 아니라 제안자이면서 계획을 수립하는 플래너이자 같이 실현하는 실행가이자 또 평가하는 평가자가 되도록 해야 한다. 평가 시스템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평가를 해 보자고 제안을 했다. 출발부터 집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세스 상에 국민들의 참여를 촉진해 주는 구조들을 다 넣어야만 실제로 공무원들도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프로세스에 맞게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일을 잘하면 평가를 잘 받고 보상을 잘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상 체계가 금전, 인사 등 다양한 수단으로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당정관계는 어떠해야 하나.

최근에 한미 관계도 ‘동맹의 현대화’라고 하던데 당정관계도 현대화해야 한다. 과거의 좋은 당정 관계와 최악의 당정 관계에 대한 평가가 있다. 이런 것들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당정 관계를 현대화시키는 것이 과제이고 능력이다. 정부와 대통령은 당대에 성공한 정부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우선 목표다. 여당은 성공한 정부와 대통령을 만드는 것도 숙제이고 이를 기반으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게 목표다. 그게 같기도 하지만 좀 다른 면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 동안에 지방선거와 총선 등 전국 선거를 두 번 치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 정부와 대통령은 당의 선거 결과로 평가받는다. 이게 중요한 지점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정관계가 어렵다. 억지로 견제하거나 억지로 지원할 문제는 아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공유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거냐, 우리가 어떤 목표를 함께 하고 있는 거냐, 또 그걸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일을 할 거냐,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 거냐, 그리고 그 과정을 잘 하기 위해서 각기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거냐 같은 것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정 간의 소통의 레벨(수준)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소통의 레벨을 높이지 않으면 당정간 현대화는 좀 어렵다고 본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