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금융권, 이재명정부서도 찬밥신세

2025-09-09 13:00:06 게재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권력자의 화풀이 정도로 취급받는 모양새다. 정부가 7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은 철저히 금융권 현실과 요구를 외면했다는 평가다.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을 분리하고, 소비자보호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기존 금융위 금감원 두개 조직을 네개 조직으로 재편했다.

금융권에서는 “시어머니 네분을 모셔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해진 금감위와 산하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원의 눈치를 봐야할 처지다.

거시금융안정성과 각종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 감독과 감시기능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 개편안대로 향후 감독체계가 가동될 경우 금융회사는 이중 삼중 사중으로 각종 조사와 규제, 제재 등을 받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혼선과 혼란, 행정적 낭비도 우려된다.

조직개편안 자체도 문제지만 논의 과정에서도 금융권은 외면당했다.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업권별 협의체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조직개편에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정부의 금융정책 수립과정에서 각종 제안서와 보고서 명목으로 건의도 했지만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

현대 금융시스템은 △법과 제도 등 금융하부구조 △금융회사와 금융기관 △금융시장과 금융상품 등이 ‘세개의 축’을 이루며 돌아간다. 금융시장에서 규칙과 신뢰(신용)에 기반해 금융회사와 가계 기업 투자자 등 다양한 참여자가 자발적 결정에 따라 움직인다. 감독기능과 당국도 하나의 참여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금융하부구조를 이루는 제도와 기관, 사람이 시장 위에서 군림한다. 이른바 관치다.

이재명정부 들어 일부 국책은행 은행장과 부행장 등 상당수 임원 인사가 지연되고 있다. 은행장이야 외부 인사 가능성도 있고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 치더라도 어차피 은행내 2~3배수 안에서 승진시킬 인사가 몇달씩 늦어지는 이유를 알 길이 없다. 혹시 권력과 가까운 누군가를 위한 시간지체라면 그런 행태가 금융시장을 멍들게 한다.

금융권도 반성해야 한다. 이런 현실을 자초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 등 대형 금융회사들은 최고경영자의 거취와 노조 집행부 선거로 권력교체기에 있다. 벌써부터 일부 조직 안에서는 권력 눈치보기와 내부파쟁이 우려된다고 한다. 노조는 총파업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금융산업 혁신과 소비자 보호가 조직 내부에서 얼마나 절박하게 다뤄질지 걱정이다.

이런 때일수록 금융권 종사자는 힘을 합쳐 빠르게 변화하는 통화 및 금융시스템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권력의 부당한 개입과 능멸에는 노사가 하나로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금융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언제까지 금융권이 권력의 눈치나 보고 있을 건가.

백만호 재정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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