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 검은 장막 벗겨질까…“대통령실 공개해야”

2025-09-09 13:00:31 게재

대법원 판결 후 정보공개청구 … 특경비도

감사원·검찰·법무부 특활비 공개 판결 잇달아

정성호 장관, 검찰 항소 포기 지휘·공개 주도

국정원 연계 특활비, 정보보안비로 전환 중

윤석열정부에서 거부해 왔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 내역 공개를 이재명정부 들어 단행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특수활동비 등 내역 공개를 강하게 요구하며 예산을 깎기도 했다. 대부분 대법원까지 ‘공개’ 판결이 나와 이를 거부하게 된다면 상당한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1심에서 패소한 검찰 특수활동비 공개 소송과 관련해 항소 포기를 지휘해 ‘공개’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각 부처의 특수활동비 등 내역이 대거 공개될 것으로 예상돼 특수활동비 예산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의 하승수 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의 특수활동비 공개와 관련해 대법원까지 승소했지만 조기 퇴진해 모든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이전,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공개 청구를 계획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공개가 불가피한 만큼 이재명정부의 대통령실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청구를 해놓은 상황”이라고 했다.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은 집권 초기인 2022년 5월 10일~7월 29일까지 사용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와 수의계약 내역을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에서 대법원까지 패소했다. 대법원 판결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으로 대통령기록관으로 모든 자료가 옮겨져 자료공개가 무산됐다. 이 판례를 근거로 뉴스타파는 이재명 대통령 임기 시작 이후의 특수활동비 등에 대한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 중이다.

올해 대법원까지 ‘공개’ 판결을 내린 감사원과 검찰도 특수활동비 등 내역 공개를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뉴스타파는 감사원을 상대로도 ‘감사원장·감사위원·사무총장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및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도록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달 대법원까지 승소해 자료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정부의 ‘특수활동비 내역 공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포착됐다. 2017년1월~2019년 9월까지의 검찰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내역과 지출증빙서류에 대해 지난 2023년 4월 대법원은 ‘공개’ 판결을 내렸고 검찰은 이중 일부만 공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기존 자료를 폐기한 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하 대표는 ‘2023년 6월~2024년 2월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및 지출증빙서류’를 추가로 요구해 지난달에 1심 승소 판결이 났고 이 달 들어 정 장관이 항소포기 지휘했다.

정 장관은 “올해 국회 결산심사에서 심의가 충실히 진행될 수 있도록 판례가 공개대상으로 정한 자료뿐만 아니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특활비 집행내역과 증빙자료를 법사위에 제출하고 각 의원실에 내용을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하 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재명정부 들어 법무부장관이 검찰 특수활동비 공개청구 소송에 대해 항소 포기를 지휘하면서 검찰의 특활비 공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 관심은 이재명정부 대통령실이 취임 이후 특수활동비 등을 공개할 것인지 인데 이미 정보공개 청구를 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세부 사용 내역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와 검찰 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감사원 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등을 전액 삭감했다. 이를 주도한 게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2차 추경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검찰 경찰 감사원 등 4대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를 올해 추경편성과정에서 재배정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의 사용 내역은 ‘공개 원칙’이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판례가 수차례 만들어진 만큼 특수하지 않은 업무에 대한 특수활동비 사용은 자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수활동비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 정보위에서 예산결산 심사를 받는 국정원과 연결된 정보보안비는 특수활동비에서 분리돼 편성되는 추세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보면 정보보안비는 지난해 1588억900만원에서 2430억1900만원으로 53.0%인 842억1000만원이 늘었다. 과기정통부(40억7800만원), 통일부(18억7300만원), 법무부(122억8700만원), 국방부(1399억6400만원), 산업부(4억2000만원), 관세청(22억9600만원), 우주항공청(2억5100만원), 경찰청(699억7300만원), 해양경찰청(113억660만원) 등 9개 기관에 들어가 있다. 이 예산은 국정원법에 따라 편성되며 국회 정보위에서 비공개로 심사된다.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숨겨놓은 예산’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국정원은 직접 통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특수활동비는 978억837만원에서 322억4421만원으로 67.0%(655억6415만6000원)나 줄었다. 내년 예산안엔 11개 기관이 특수활동비를 넣어놨다. 통일부는 전액을 특수활동비에서 정보보안비로 옮겼고 관세청도 22억9600만원을 정보보안비로 전환했다. 경찰청, 해양경찰청 역시 대거 특수활동비 예산을 정보보안비 계정으로 돌려놨다. 산업부 우주항공청 과기정통부 국방부 통일부는 특수활동비 전체를 정보보안비로 전환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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