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른 ‘유튜브 권력’…“의원들이 눈치 본다”
곽상언 의원 “정치권력의 위기” 공론화 주목
“유튜브 보는 당원중심 정당, 소신 발언 상실”
유튜브 출연, 당선·경선승리·후원금과 연결돼
“양극화 세력, 다수 아냐 … 합의 공간 넓혀야”
여당 내부에서 나온 유튜브 정치와 유튜브 권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공론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당내 경선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유튜브에 매달리며 지지층들의 확증편향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적극 지지층들을 대거 구독자로 갖고 있는 유튜브는 지지층 여론을 형성하고 당내 토론문화를 약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왔다.
9일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는 지금의 현실, 정치는 본질적 위기 속에 있다”며 “소위 진보진영에서는 몇몇 유튜브 권력이 득세하고 있고 소위 보수진영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유튜브 권력은 정당정치에 개입하고 있고 휘두르고 있다”며 “지금 유튜브 권력은 민주주의, 진보, 보수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신격화를 시도하고 있고 종교적 권위에 접근하고 있다. 순기능은 이미 소멸할 정도로 역기능이 압도적이다. 정치권력의 위기”라고 했다.
이에 앞서 곽 의원은 “특정인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 민주적 결정이라고 한다”며 “유튜브방송이 유튜브 권력자라면 그 분들께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튜브권력이 ‘국회의원을 배출’하고 ‘공천’ 받고 ‘후원금을 모으는’ 통로로 활용되는 것을 지목하며 “유튜브권력이 정치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 166명 중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지 않은 의원은 65명에 불과하다’는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지지층들을 구독자로 포섭하고 있는 이동형TV의 이동형씨는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곽상언 의원은 다음에 경선에서 질 확률이 높다”며 “국회의원들의 소신발언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에 경선하면 어려울 것이다. 현실이 그런 거”라며 “이렇게 되면 더더욱 소신발언을 못한다”고 했다. “(검찰개혁에 대해) 논쟁과 토론이 중요하다고 하면 구독자가 빠지고 슈퍼챗이 떨어지고 욕한다”며 “그렇게 눈치 보면서 한쪽으로 의견이 쏠리는 거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아니다”고 했다. “다른 얘기가 있어야 되는데 다른 얘기를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당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동의를 표하고는 “민주당이 당원 중심의 정당으로 확실히 바뀌어 버렸고 당원들은 대부분 정치적 판단을 유튜브나 커뮤니티를 보고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강성 지지층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검찰개혁도 빠르게 더 강하게 당보다 더 계속 얘기한다”며 “앞으로 이것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친여 유튜브인 뉴스공장 구독자는 10일 현재 223만명에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겸손은힘들다’는 동시간 접속자수가 30만명을 오간다. 그 뒤로는 매불쇼(276만명), 새날(114만명), 이동형TV(84만명), 사장남천동(66만명) 등이 ‘톱 5’에 들어가 있다.
‘유튜브(유튜버)의 권력화’는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곽 의원이 당론에 버금가는 유튜버 김어준 씨를 비판하는 엄청난 용기를 보여줬다”며 “(국민의힘도) 부정선거 계몽령 앵무세가 된 사람한테는 먹이(관심)를 주면 안 된다”고 했다. 박원석 전 의원은 “김어준은 민주당 밖에 있지만 민주당을 지배하는 보이는 손”이라며 “이 자극은 반대진영의 유사한 결집을 추동해 가세연, 전한길류의 발호와 유튜브 정치 생태계의 적대적 상승을 부추긴다”고 했다. 보수진영 유튜브 중 구독자수로만 보면 ‘고성국TV’이 131만명으로 가장 많고 ‘성창경TV’는 123만명, ‘KNL(강용석나이트라이브)’은 64만명, ‘전한길뉴스’는 54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박 의원은 “매개 역할을 해야 할 그들(정당 언론 시민사회) 상당 부분은 김어준과 그 아류들이 선도하는 적대적 진영정치와 팬덤정치, 알고리즘을 추정하거나 편승하거나 그도 아니면 모방하고 있다”며 “객관적 사실과 비판적 사유에 기반을 둔 권력감시와 정치적 의사형성 기능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고 있다”고 했다.
곽 의원은 “어떤 정치인은 이익과 지위를 탐하며 유튜브 권력에 적극 편승하고 있지만 많은 정치인들은 어쩔 수 없이 체념하며 동참하거나 방관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미래연구원 전 연구위원인 박상훈 박사는 “당 안팎에서 온라인 당원이나 여론 동원층의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 당직이나 공직 후보자의 선출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이들과 생각이 다른 의원들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기능을 한다”며 “당내 이견을 제출하는 것은 이들로부터의 공격을 감수하는 일이 되고, 동조 활동을 하지 않는 것조차 의심과 비판의 소지가 돼 여당은 대통령과 청와대 의제에 대해 내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지지하고 야당엔 열정적으로 반대하는지를 보여주려는 의원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박사는 “크게 보면 양극화 정치 세력은 물론 이를 지지하는 시민은 다수가 아니다. 한국사회는 교육받은 중산층이 절대 다수를 이루는 사회이고, 극좌나 극우 같은 이념적 극단에 대한 거부감도 강한 특징을 갖는다. 대다수 시민은 여야가 함께 정치를 운영하는 공동의 파트너십이 유지되는 정치를 바란다”며 “오로지 복수 정당 사이에서 합의의 공간을 넓혀가는 정치만이 사회통합과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