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개·들개도 새가족 만났다
서대문구 ‘내품애센터’
특별한 유기견 입양식
사람으로 치면 아흔이 넘은 초고령 개와 동네 뒷산을 떠돌던 들개가 가족을 만나 눈길을 끈다. 11일 서울 서대문구에 따르면 구는 최근 홍은동 ‘내품애(愛)센터’에서 ‘마침내 내품애(愛)! 새로운 가족의 탄생 입양식’을 열었다.
서대문 내품애센터는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공동체 조성과 다양한 동물 친화 정책 추진을 위해 마련한 반려동물 복지문화 공간이다. 지난해 4월 개소한 뒤 유기 동물을 보호해 새 주인과 연계하고 잃어버린 동물들이 신속히 보호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동물 매개 치유교실, 유기 동물 입양 전후 교육, 산책 및 행동 교정 교육 등을 진행한다. 반려동물 일시 돌봄 쉼터도 운영한다.
입양식에는 직전 센터에서 돌보던 유기견을 입양한 다섯가족이 자리를 함께했다. 모두 특별한 사연이 있다. 지난 7월 홍제동 분리수거장에서 구조한 유기견이 대표적이다. 추정 나이는 18세였다. 사람으로 치면 아흔이 넘는다.
눈과 치아도 좋지 않아 센터는 장례절차를 알아보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8월에 입양 상담 문의가 들어왔다. 러시아 출신 사육사가 이틀 간격으로 3차 상담까지 마무리한 뒤 집으로 데려갔다. 구는 “나이가 많아 아무도 입양을 안 할 것 같아서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입양했다고 한다”며 “지금도 가끔 영상을 공유해준다”고 전했다.
백련산 일대에서 떠돌던 들개와 새끼들도 새 가족을 만났다. 지난 4월 포획틀에서 발견한 서희는 당시 1살로 추정됐는데 센터에서 구조한 뒤 1주일만에 새끼 세마리를 낳았다. 이성헌 구청장이 금·은·동순이라는 이름도 붙여주었다. 서희가 먼저 지난 6월 서대문구 한 가정으로 입양됐고 강아지들도 곧 가족을 찾았다. 센터에는 8일 현재 고양이 3마리와 개 13마리가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어미 들개와 강아지, 입양이 힘든 노견까지 새 가족을 만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유기동물 보호와 입양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고 성숙한 반려문화 정착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