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기자회견 주요 문답4

“대미협상 작은 고개 하나 넘어…합리성·공정성 벗어나는 협상 안해”

2025-09-11 13:53:57 게재

“미국 일방적 관세 증액에 방어하러 간 것 … 사인 안 했다고 비난 말라”

“북미관계 개선, 남한 주도 고집 안해 … 환경 조성 최대한으로 할 것”

“북에 접촉 시도하지만 아주 냉담 … 통일 전 단계로 평화 구축 중요”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후속 상황은 어떤지, 협상 최종 타결 시점은 어떻게 예상하는지 설명해달라.

= 참 얘기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외교 협상은 얘기 못 할 부분도 사실은 많다. 완결된 게 아니어서, 그 과정에서 오가는 얘기들을 하는 것도 약간 부적절하고 참 어렵다.

결과는 현재 있는 상태대로다. 그리고 여기는 온갖 협상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안보 분야, 미국 문제, 핵연료 처리 문제, 소위 전략적 유연성 문제, 국방비 문제, 또 경제 통상 분야 3500억 불을 어떻게 할 거냐, 관세는 어떻게 할 거냐 등등. 내가 일단 작은 고개 하나 넘었다, 이렇게 표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도 뭐 넘어가야 될 고개가 퇴임하는 그 순간까지 수없이 있겠다.

분명한 건, 나는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좀 어렵다. 일본하고 똑같이 할 거냐, 일본도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뭐라 말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한참 더 협상해야 된다. 협상의 표면에 드러난 것들은 거칠고 과격하고 과하고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이고 그렇지만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것이다. 또 이렇게 만들어야 되겠다. 후속협상이 어떻게 되고 있느냐? 결론적으로 말하면 열심히 협상하고 있다.

그런 논란이 있다. 남들은 사인하는데 왜 너는 사인을 못 하느냐? 우리가 얻으러 간 게 아니다.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증액이다. 관세 증액에 우리가 어떻게 방어할 거냐, 최대한 방어를 하러 간 거다. 그거 방어하면 됐지 무슨 사인을 하나? 좋으면 사인해야 하는데,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나? 최소한 합리적인 사인을 하도록 노력해야 되겠다. 사인 못 했다고 비난하지는 마라.

- APEC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한 노력이 있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준비하는 게 있는지 궁금하다.

= 여러분들이 다 보시는 것처럼 북한의 태도는 냉랭하다. 한국 정부의 태도가 과거에는 삿대질하고, 무력 침공이라도 할 것처럼 자극하고, 무인기 보내서 평양 상공을 막 돌아다니고, 아파치 헬기가 휴전선 분계선 가까이에서 즉각 폭격할 것처럼 하는 걸 몇 년 견뎠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 정부가 갑자기 정권이 바뀌더니 대북 방송도 안 하고 뭐 몇 가지 유화조치를 한다고 해서 갑자기 화난 표정이 갑자기 활짝 웃는 표정으로 바뀔 거라고 기대했다면 바보다.

우리로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고 하는 게 군사적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도 엄청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휴전선에 군사적 긴장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것, 그게 우리한테 이익이 된다, 그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간에. 그들이 웃지 않는다고 우리도 화낸 표정을 계속하면 우리가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재명이 종북이라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서, 경제를 위해서, 민생을 위해서 필요한 거다.

=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서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이제 노력을 해야 된다. 남북 관계는 남한 당국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주 복합적인, 복잡한 국제 문제가 되어 있다.

특히 핵 개발 그리고 대륙 간 탄도 미사일. 이 문제는 미국이 아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고, 또 북한 입장에서도 체제 위협의 핵심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미국과의 관계가 남북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다. 휴전 협정 당사자도 미국이다.

한국 정부는 사인도 못 했다. 당사자가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그들 입장에서 보면 뭐 전시 작전권도 없는 나라가 무슨. 뭐 이렇게 생각할 거다. 그래서 북미 관계가 중요하다. 그런데 북미 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남북 관계와는 무관하냐? 그렇지 않다. 저는 언제나 실용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진짜 실용적인 사람이다.

이념과 가치, 개인의 신념, 이런 거보다는 국민들의 삶과 나라의 국익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또 현실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어떻게 하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느냐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북미 대화가 열리는 게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 된다, 그거를 우리가 주도하거나 아니면 우리의 바운더리(경계) 안에서 이뤄져야 된다고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페이스메이커 하겠다라고 그런 것이다, 잘 하시라고. 그게 우리한테 도움이 되니까.

= 우리가 반드시 주도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환경 조성을 최대로 하겠다. 지금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리고 미국이라고 하는 요소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라는 사람의 특성이 또 한반도 평화 안정 확보에 더 도움이 된다, 내가 보기에는. 그래서 피스메이커 역할을 잘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지구의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 또 세계 불안정의 가장 큰 요소 중에 하나라고 할 한반도 평화 문제를 실질적으로 진전해내면, 진전을 만들어내면 진정한 피스메이커 아니겠나. 역할을 해 주시라고 얘기했고 지금도 제 기본적인 생각은 변함이 없다.

= 현실적으로 뭘 하고 있느냐. 우리는 끊임없이 타진한다. 그리고 노력한다. 신뢰가 다 깨졌으니까 그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서. 예를 들면 라디오 방송 이런 것도 그거 뭐 필요 없다. 요즘 세상에 라디오 방송으로, 인터넷에 다 나오는데. 그 돈 들여가지고 예산 들여서 서로 기분만 나쁘게 그래서 그것도 중단하는 것이다. 그것 가지고 저를 비난하는 데도 있긴 하던데 쓸데없이 요즘 세상에, 요즘 세상에 삐라 뿌리는 거랑 똑같다.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신뢰 회복을 위한 작은 조치들을 끊임없이 계속한다. 그 다음에 접촉 시도도 한다. 그런데 그쪽이 아주 냉담하다. 이번에 국회의장께서 갔는데도 제가 그 표정이나 이런 거 꼭 보고 싶었는데 저는 아직 못 봤다. 의장께서도 참 노력하셨다.

그리고 우리는 현실이다. 가장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인데 가장 냉담하고 적대적이다. 가장 슬픈 현실이다.

특별한 진척은 없지만 노력은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저는 모른다. 다만 안보실 또 외교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미국과 접촉하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씩은 나아지지 않겠나.

아무것도 안 하고 적대적으로 자극하고 대립하고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긍정적인 포지티브한 평화적인 노력을 계속하니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조금의 틈이 생길 거고.

= 또 하나는 이런 것도 있다. 각자의 외교 협상의 특성이 있는데, 타결 직전에 최대한 긴장을 끌어올려가지고 목소리를 키운 다음에 협상력을 높이는 거다. 피차간에 협상력을 높인 다음에 극적으로 타결하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고 각자가 자기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 자기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거다. 사나움, 이런 걸 보여주고 실력, 힘, 이런 걸 보여주는 것 아닌가 그런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희망적으로 본다면.

그렇든 아니든 우리는 그런 거는 부수인 거고 아주 본질적으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전쟁을 회피하고 평화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뭐 100년도 안 됐다, 우리가 분단국가가 된 지. 역사적 시각으로 보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수백 년 만에 통일되는 나라가 수없이 많다, 역사에 보면.

그러니까 길게, 그러나 지금 통일 얘기하면 바보 소리 들을 거다. 그 전 단계로 평화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으로 마치겠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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