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기자회견 주요 문답6
이 대통령 “구더기 싫다고 장독 없애나…보완수사권, 정부주도로 치밀 검토”
“대일 관계,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따질 것은 따지고 ‘투트랙’ 따를 것”
“국제관계, 규칙 있는 듯하지만 사실 없어 … 외교가 항상 어려운 이유”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재명 대통령
-일본 정부의 새로운 총리, 새로운 정부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역사 문제와 관련해 사도광산 추도식이 올해도 따로 개최되는데, 이런 문제가 한일 관계에 미칠 영향과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생각인가.
= 어려운 이야기다. 한일관계는 참 대북 관계만큼 어려운 것 같다. 최근에는 대미 관계도 똑같이 어려운 것 같다. 외교는 언제나 어려운 것 같다. 외교는,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은 그런 것이다. 우리는 보통 규칙 속에서 살잖나. 일정한 규칙, 규범, 어쩌면 상식, 윤리 속에서 산다. 그런데 국제관계는 규칙이 사실 없다. 규칙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지 규칙은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려운 것 같다.
한일관계는 언제나 말씀드린 것처럼 상대의 대표 선수, 총리·대통령이 누구냐,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한일관계에서 과거사 문제, 영토 문제, 이런 건 매우 어려운 주제다. 그러나 어려운 주제 말고 협력하고, 또는 서로 지지하고 함께 할 일이 또 많지 않나. 서로에게 도움 되는. 그래서 과거사 문제나 영토 문제를 외면하지는 말자, 제 입장은 그런 것이다. 외면하지 말되 그 문제하고 사회, 경제, 민간 교류 같은, 미래지향적인 문제들은, 그 문제대로 별도로 접근하자, 그래야 뭔가 개선이 되겠다.
그래서 이시바 총리에 대해 일부 국민들은 비판도 있지만, 일단 얼굴 보고 조건 달지 말고, 오기 어려우면 먼저 가고, 이웃하고 친하게 지내듯이 엄격하게 따지지 말자. 그래서 내가 먼저 갔다. 미국 가기 전에 대미 협상에 있어서 필요한 측면도 있고 우리한테, 그래서 ‘마음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했더니 많이 좋아졌다, 예상보다. 아마 일본에서 날 볼 때도 ‘분명히 엄청나게 과격하게 나올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가 ‘어, 아니네’라고 한 것도 있는 것 같고. 우리도 ‘어, 생각보다 얘기할 여지가 있네’라고 생각한 것도 있다.
= 사도광산 문제는 이시바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기 전에도 이미 협의했는데. 의견 합치를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포기, 안 가는 걸로, 그것 가지고 싸우지 말자. 일단 협상은 계속하되, 그래서 안 가는 것으로. 안 가는 게 엄청나게 싸우는 것이기도 하다, 외교적으로 보면.
그런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어떻게 될 것이냐. 아마 질문 속에 ‘이시바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말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우리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 내부 문제고 우리는 일본이라고 하는 나라, 가까운 이웃 국가하고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아직 누가 될지도 모른다. 비슷비슷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거기에 맞춰서 기본적 원칙. 투트랙 전략에 따라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따질 것은 따지고 규명할 것은 규명하고. 그렇게 해 나가려고 한다.
특히 경제적 분야에서 전 세계 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한일 간의 경제 분야에 대한 새로운 협력 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에도 필요하고 대한민국에도 필요하고 어쩌면 조금 더 넓게 보면 동북아시아 안정에도 필요하다. 그래서 그게 가능하게 만들려면 당장 그 얘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고. 협력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서로 여지를 두고 대화하고 또 좀 더 넓은 마음으로 가슴을 열고 서로 접근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
-검찰청 폐지와 수사 기소 분리라는 큰 틀의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조직의 비대화, 보완수사권 폐지 등 우려도 있는데 이에 대한 복안이 있나.
= 저는 검찰개혁 문제를 포함해서 모든 정책 현안에 대해서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또 자기 입장도 배제하고 중립적으로, 미래지향적으로 냉정하게,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시적 정책이 아니고 근본적 사회 시스템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검찰개혁 문제는 사실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검찰제도를 개편하는 문제는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특히 한 국가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는 최종 기구다. 엄청나게 중요하다. 일단 수사, 기소 분리라고 하는 게 제일 중요한데 그거는 했잖나. 하기로 했잖나. 그러면 그거 어디다 맡길 거냐. 경찰에 맡길 거냐, 행안부에 맡길 거냐, 법무부에 맡길 거냐, 경찰은 믿을 만하냐 그러면. 검찰이 사고를 엄청나게 쳐가지고 지금 수사권을 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는데 그냥 검찰 안에서 내부 분리를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수사하는 검사, 기소하는 검사를 칸을 착 쳐가지고. 원래 이게 최초 논의 아닌가.
그런데 요새는 검사는 아예 사건 수사 손도 대지 말게 됐어요. 손도 대지 마 하다가 아예 관심도 갖지 마, 이렇게 가고 있다. 보완 수사에 아예 눈도 대지 마. 그러면 그거를 다 경찰에 갖다 놓으면 어떻게 되냐, 이런 논란이 막 벌어지잖나. 그래서 이거를 그냥 여기까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 행안부에 맡긴다. 법무부에 맡기면 다시 합체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완전히 떼어놓자. 행안부로 보내버린다까지 이제 정치적 결정을 했으니까. 그러면 그거를 더 구체적으로 수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도록. 엉뚱한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도 나쁜 짓이지만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 받지 않고 큰소리 떵떵 치게 방치하는 것도 그것도 또 문제다.
= 그러면 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아주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 세밀한 검토, 논쟁, 그 다음에 장치들. 이거는 감정을 완전히 배제하고 아주 논리적으로 치밀하게 전문적으로 검토하자. 정부가 주도하자. 전문가들한테.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야당 의견도 듣고 여당 의견도 듣고 피해자 의견도 듣고 검찰 의견도 듣고 뭐 다 들어서 논쟁을 통해서 문제를 다 제거하자.
이런 얘기도 했다. 구더기가 싫어도 그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 장은 먹어야죠. 구더기가 안 생기게 아주 악착같이 막아야지. 아예 장을 먹지 말자, 장독을 없애버리자, 이러면 안 되지 않냐라는 게 제 생각이다. 보완수사 문제나 뭐 이런 것들도. 그런 측면에서 정말로 진실을 발견하고 왜곡되지 않고 죄짓는 자는 처벌받고 죄 안 짓는 사람은 억울하게 처벌 받는 일이 생기지 않게 그리고 신속하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아내고 거기에 맞게 제도와 장치는 배치하면 된다. 그게 어떤 건지를 지금부터 1년 내에, 사실 1년도 사실은 짧아요. 조직화하고 분석하고 제도 만들고 공간 구하고 보통 일이 아니다. 어쨌든 1년 안에 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