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책연구원 ‘정책효과에 소비증가→경기회복 긍정신호’

2025-09-12 13:00:02 게재

기재부 9월 그린북에서 “소비증가에 경기회복 긍정신호 강화”

KDI도 “건설투자 부진에도 소비 중심으로 경기부진 다소 완화”

미국 관세부과 등 대외불확실성·취약부분 고용애로는 걸림

정부와 국책연구원이 나란히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긍정적 신호가 강화되는 모습’이라고 좀 더 힘을 실었다. 다만 미국의 폭압적 관세부과 등 대외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글로벌시장의 교역·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12일 9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소비쿠폰 등) 정책효과 등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등 경기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강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건설투자 회복 지연과 △취약부문 중심 고용 애로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연일 현장방문 행보 임실치즈 살펴보는 구윤철 부총리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1일 전북 임실군을 찾아 임실치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임실군 제공

◆‘내수 효과’에 강화되는 긍정표현 = 최근까지 정부는 경기진단을 하면서 ‘경기하방 압력’이란 표현을 써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그린북에서 ‘하방위험 증가 우려’란 표현을 처음 썼다. 이후 올해 1월부터는 ‘경기하방 압력증가’로 강화했다가 지난 7월에는 ‘경기 하방압력 여전’으로 수위를 조금 낮췄다.

그러다 소비쿠폰이 풀리기 시작은 지난 8월, 9개월 만에 ‘경기하방 압력’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소비회복이 경기전반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경기진단의 틀을 바꿨다. 기재부는 지난달 그린북에서 “정책효과 등으로 소비가 증가세로 전환되는 등 향후 경기회복에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적었다. 어찌 보면 현재 경기진단과 향후 기대감이 뒤섞인 진단이었다. 이를 한 달 만에 ‘경기회복 긍정신호가 강화되고 있다’며 좀 더 단정적 표현으로 대체했다.

정부는 소비 증가세의 배경으로 △30조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신속집행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부 주도의 대규모 할인행사 등 ‘정책효과’를 손꼽았다. 이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 지표도 어느 정도 뚜렷해졌다. 소비쿠폰 등의 효과로 가장 최근 지표인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5% 늘어 29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찍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111.4로 전월대비 0.6포인트(p) 상승,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KDI도 경기진단 긍정적으로 바꿔 =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달 들어 경기진단을 처음 바꿨다. 다만 정부 진단보다는 아직은 조심스럽다.

KDI는 ‘경제동향 9월호’에서 “건설투자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가 경기부진이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그러면서 “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정부의 소비지원 정책이 시행되면서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 역시 이런 경기흐름 전환의 주요 배경으로 정책효과(정부의 소비지원 정책)를 손꼽은 셈이다.

실제 7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9% 증가했다. 서비스업이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한 가운데 기저효과도 작용하면서 증가폭이 확대됐다. 광공업생산은 반도체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간 가운데 자동차, 전자부품 등이 개선되며 증가폭이 확대됐다.

소비 부문은 회복세가 좀 더 뚜렷하다. 상품소비와 밀접한 소매판매 증가폭이 확대되고 서비스소비도 숙박·음식점업 등 주요 업종을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 특히 소비자심리지수는 111.4로 기준치(100)를 크게 상회했다.

KDI는 “7월 들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가전제품 환급사업 등 정부의 소비지원 정책이 시행되면서 소비 부진이 완화됐다”며 “정책이 지속됨에 따라 소비 개선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KDI는 건설투자 위축을 경기회복의 큰 걸림돌로 지목했다. KDI는 “건설수주와 건축착공면의 회복세 등 선행지표의 개선세는 유지되고 있지만 건설투자로의 반영은 다소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PF 대출심사 강화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고 지방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면서 건설투자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외불확실성이 최대 변수 = 정부와 KDI 모두 대외불확실성과 그에 따른 수출부진 우려를 향후 최대변수로 지목했다.

KDI는 “(한미)상호관세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반도체·의약품 관세부과 예고와 미국 연방항소법원의 관세 위법판결 등으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고율 관세가 지속되고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이 높게 유지되는 등 수출 하방 압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반도체 관세 부과 여부 및 자동차 관세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잔존해 있다”고 경계했다.

기재부 판단도 비슷하다. 기재부는 “글로벌 경제는 주요국 관세부과에 따른 통상환경 악화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지속되고 교역·성장 둔화가 우려된다”고 짚었다.

기재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이 소비·지역경제 등 내수 활성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범정부 역량을 집중하면서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우리기업 피해지원 등 통상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수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제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저성장이 경기 부진 때문 만은 아니다. 저성장·고령화와 기술·산업 경쟁력 약화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크게 떨어졌다. 2000년대 초반 5%대였던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현재 2%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최근 우리 경제체질의 구조적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는 점도 취약한 대목이다.

올해부터 5년간 정부 총지출 규모는 연평균 5.5%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4%를 상회해 2026년 109조원에서 2029년 124조9000억원까지 증가하게 된다. 국가채무는 올해 말 1301조9000억원 수준에서 매년 100조원 이상씩 늘어 2029년 1788조9000억원을 기록할 예정이다. 2029년 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8.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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