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새만금신공항’ 제동…전북도 “국토부와 항소”

2025-09-12 13:00:02 게재

재판부 “조류충돌·환경훼손 평가에 중대한 하자”

국토부·전북도 “국가 균형발전 대의 반하는 결정”

환경단체 “국토부, 항소말고 기후생태붕괴 직시해야”

법원이 정부의 새만금 신공항 건설에 제동을 걸었다. 항공기와 조류의 충돌 가능성이 높고, 생태계가 훼손될 위험이 큰데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말 착공해 2029년 개항하려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주영 수석부장판사)는 11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 공동행동(공동행동) 소속 시민 1297명이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제기한 새만금 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 올해 11월 착공, 2029년 개항 목표 차질 = 새만금 국제공항은 8077억원을 들여 올해 11월 착공해 2028년 준공,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전북도 새만금 수라갯벌을 매립해 조성하는 340만㎡에 활주로와 계류장,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등을 짓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지난 2022년 6월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했다. 공동행동은 같은해 9월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이후 3년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새만금 국제공항 계획타당성 단계에서 입지를 선정하면서 조류 충돌 위험성을 비교 검토하지 않은 점, 위험도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점 등을 지목했다. 조류 충돌 위험을 축소 평가하고 입지 선정 절차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환경파괴 영향을 축소·부실 검토했고 멸종위기종 및 생태계 훼손 저감 방안이 마련 가능하다는 근거 없는 전제에서 비롯된 결론이라고 판단했다.

또 공항건설에 따른 이익이 환경훼손 등의 피해보다 우월하다는 국토부의 주장을 반박하며 “이익형량의 정당성과 객관성을 갖추지 못해 계획 재량을 일탈했기 때문에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법원 “무안공항 조류충돌 사고 발생” 언급 = 특히 공항 설립에 따른 안전성 확보 우려와 환경훼손 측면에서 우려를 표했다. 국토부가 작성한 새만금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참사가 일어난 무안공항보다 조류 충돌 위험이 최소 134배, 최대 61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유사한 환경의 무안국제공항의 사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지만, 해당 공항에서는 여객기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지난해 12월 발생한 여객기 참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 재판부는 생태계 훼손에 대해 “신공항 부지는 풍부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고, 다수 멸종위기종 동물 등 다양한 개체군이 풍부하게 발견된다”며 “신공항 건설이 생태계를 훼손하는 결과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전문가 조사 등으로 인정되고, 국토부도 이를 완전히 부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송 당사자인 공동행동과 환경단체들은 이날 1심 선고 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잘못된 권한행사를 견제하고 제동을 거는 사법부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지 않은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기후생태 붕괴를 가속하는 정부의 ‘생태학살’ 사업들을 중단시킬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국토부는 항소하지 말고 기후생태 붕괴를 직시하라”고 주장했다.

◆ 김관영 지사 “국토부와 협력 항소 절차 돌입” = 국토교통부와 전북도는 즉각 반발했다. 국토부는 법원 판결에 대해 “판결문을 면밀히 살펴보고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항소가능성을 열어뒀다.

전북도는 11월 말 공사 착공을 기대해 온 만큼 법원의 이번 판결에 당혹해 하고 후속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장 다음주까지 진행될 예정인 환경부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를 장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전북지방환경청은 그간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에 따른 대체 조류서식지 추가 검토, 서천 갯벌(세계유산) 영향 및 보존방안 등을 보완할 것을 요구해 왔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오랜 시간 새만금국제공항을 염원해 온 전북도민의 뜻과 국가가 약속한 균형발전의 대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이라며 “국토부와 협력에 항소 절차에 돌입하고 새만금국제공항의 필요성을 입증해 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북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다른 신공항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덕도 신공항은 낙동강 하구 철새 도래지와 7㎞ 떨어져 있어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주 제2공항 역시 철새 도래지와 인접해 환경 문제가 단골로 거론된다.

한편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12일 서울행정법원에 ‘공항 기본계획 집행정지신청’을 냈다.

서원호·김선철·이명환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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