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실용주의, 민주당 ‘공정과세’ 원칙 흔든다
“윤석열정부 부자감세 비판했던 것과 배치”
“금투세 폐지부터 불거진 원칙 훼손 이어져”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더불어민주당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환원시키는 데 사실상 동의했다. 윤석열정부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낮추던 추세를 역주행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올려놨다. 당시 민주당은 이를 ‘부자감세’라며 ‘공정과세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해왔고 이재명정부는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돌려놨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를 다시 뒤집은 셈이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 활성화라고 하는 게 지금 새로운 정부의 경제정책 산업정책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굳이 (10억원) 그걸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세수결손 정도가 어느 정도냐 물어봤더니 2000억~ 3000억 정도”라며 “주식시장이 만약에 그거 때문에 실제 장애를 받는다면 야당도 요구하고 여당도 또 그냥 놔두면 좋겠다는 의견이고 저한테 메시지도 막 많이 오고 그런 걸로 봐서는 굳이 50억을 10억으로 내리자, 반드시 그렇게 해야 되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당대표 시절에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공정과세의 상징으로 주도해온 금융투자세 과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과세를 연기하기도 했다. 공정과세 원칙보다는 주식투자자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성준 민주당 전 정책위 의장은 이와 관련해 전날 페이스북에 “주식시장 정상화만큼 우리 조세체계의 정상화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노동소득과 사업소득 등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은 조세의 원칙이다. 그러나 부동산·주식 소득에는 세금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으로 1억원을 벌면 약 1000만의 세금을 내는데 1주택자라면 5억원에 산 주택을 10억원에 팔아도 세금이 없고 10억원에 산 주식을 100억원에 팔아도 세금은 없다”며 “노동·사업·부동산·주식 등 소득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세체계를 수립하고 적극재정에도 대비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에 착수해 국민 모두가 수용하면서도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고 재정을 튼튼하게 할 조세제도를 만들어낼 때”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상속세 감세 의지와 함께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축소 언급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센터 소장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민주당의 공정과세 원칙은 크게 훼손됐다”며 “대주주 기준을 하향시키지 않고 원상태로 놓는 것은 윤석열정부때 민주당이 비판했던 부자감세 비판이나 공정과세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기재부 세제발표때 대주주 기준 상향조정으로 주식매도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게 데이터로 합리적으로 설명됐는데도 주식투자자들의 ‘불안’을 이유로 세제를 흔드는 것은 지지율 등을 고려한 포퓰리즘”이라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