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외부인 접촉보고 누락 작년 고작 9명

2025-09-15 13:00:27 게재

2020년 75명에서 급감 … “사실상 사문화 규정, 개편 필요”

시장상황에 둔감한 직원 조장 지적도 … 타 기관 없는 규정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 위반으로 적발된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수가 2020년엔 75명에 달했으나 최근엔 한 자릿수로 급감했다.

청사 밖에서는 규정을 위반해도 적발할 수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 한편에선 이 규정이 기업과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공정위 직원들을 오히려 ‘시장과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공정위 외에는 어떤 규제기관도 이같은 ‘사실상 접촉금지’ 규정이 없어 기관간 형평성이 없는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사건처리 공정성 위해 도입됐지만 =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에 따르면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 위반으로 내부 처분을 받은 공정위 인원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2020년 75명이었던 처분자는 2021년 18명으로 줄었고 2022·2023년에는 각 5명, 지난해에는 9명이었다.

공정위는 김상조 전 위원장 시절인 2018년 심사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판 로비스트 규정’이라 불리는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공정위 공무원은 대기업(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이나 법무법인 변호사, 공정위 퇴직자 등을 직접 만났거나 전화·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접촉한 경우 감사담당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2021~2024년 보고 누락 상대방 중 로펌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15건으로 최다였다. 그 뒤로는 화우(10건), 태평양(9건), 세종(8건), 강남·지평(각 4건) 등이 뒤를 이었다. 공정위는 기업체 명단은 비공개했다.

접촉관리 규정 위반 적발이 매년 감소한 것은 제도 안착 측면에선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이유는 규정 허점이 주된 이유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공정위 청사 외부에서 접촉하면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접촉관리 규정을 위반해도 제재 수위가 낮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국가공무원법상 정식 징계 처분은 없었다. 2021년에는 기업체를 만난 2명이 ‘경고’ 처분을 받았고, 나머지 16명은 가장 약한 조치인 ‘주의’를 받았다.

2022·2023년에는 각각 5명 모두 ‘주의’였다. 작년에는 1명만 경고였고 나머지 8명은 주의였다.

정상적인 접촉 보고 건수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연간으로 2020년 2144건, 2021년 2128건, 2022년 1661건, 2023년 1716건, 지난해 1644건이었다. 직원들이 공식적인 업무 외에는 외부 접촉을 가급적 피하려 하거나, 적발이 사실상 어려운 청사 외부 접촉은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제도가 있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에게 규범 역할을 하는 순기능이 있다”며 고 설명했다. 이양수 의원은 “현재 공정위의 외부인 접촉관리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본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대대적으로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무진 눈·귀 막는 부작용도 = 한편 올해 상반기까지 공정위 직원들이 외부인사를 접촉했다고 보고한 건수가 작년 상반기보다 19% 줄었다.

올해 상반기 ‘외부인 접촉 보고’는 680건으로 작년 동기(836건)보다 18.7% 줄었다. 접촉 사유별로 사건 관련 자료 제출·의견 청취가 342건으로 전체의 50.3%를 차지했고, 사건과 관련 없는 법령 문의(14.6%), 현장조사(9.7%)가 뒤를 이었다. 업무와 관련 없는 접촉은 15건으로 2.2%에 그쳤다.

공정위 직원이 만났다고 신고한 상대방은 법무법인 1056명, 기업집단 418명이었다. 법무법인 중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185건으로 가장 많았고 광장(84건), 태평양(75건), 세종(70건), 화우(64건), 율촌(54건) 등이 뒤를 이었다. 김앤장은 과거에도 공정위 직원들이 가장 많이 접촉한 법무법인이었다.

기업집단에선 한진이 22건으로 최다였고 이어 쿠팡(18건), 삼성(17건), 롯데(14건), CJ(11건) 순이었다. 통상 삼성이나 SK가 1위를 했는데 이번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통합안 심사 등 기업결합 관련 협의가 진행되며 한진이 1위로 올라섰다.

이 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접촉 보고 건수는 매년 감소 추세다. 2020년 2144건이던 접촉 보고 건수는 2022년 1661건, 지난해 1644건이었다. 올해도 상반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보고 건수가 역대 최소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 제도로 인해 실무진인 사무관·서기관들이 외부와 떨어진 채 ‘외딴 섬’에 갇히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금감원이나 식약처 등 다른 규제기관과 달리 공정위만 ‘접촉보고’ 규정이 있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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