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대주주 기준 50억 유지…조세형평성 후퇴

2025-09-15 13:00:27 게재

구윤철 부총리 “자본시장 활성화 고려해 결정”

세법개정안 발표 후 시장반발 커지자 결국 철회

“과세형평성 훼손 … 금투세 로드맵 내놨어야”

상장주식 양도세 기준을 하향조정하려고 했던 정부가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현행 유지 결정을 내렸다.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과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기조를 고려한 조치란 설명이다. 주식시장에는 호재가 될 수 있겠지만 정책일관성이나 조세형평성은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추석 민생안정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과 대주주 기준 유지가 필요하다는 당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주주 기준 50억원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논란 끝에 없던 일로 = 현행 상장주식 양도세는 대주주에게만 부과한다. 대주주 기준은 종목당 보유금액 50억원 이상이다. 기재부는 지난 7월 말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윤석열정부 시절 주식 양도세 종목당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를 다시 되돌려, 세수 등을 확보하려 한 것이었다. 하지만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등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컸다.

정부안대로 확정될 경우 주식 양도세 대상자가 늘어나고, 양도세 기준을 회피하기 위한 연말 매도 물량이 늘어나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제기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사실상 철회 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장 활성화가 그로 인해 장애를 받을 정도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면서 “굳이 50억원을 10억원으로 내리자, 반드시 그렇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시장의 의견을 종합 청취하고 국회와 긴밀히 논의해온 결과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 등을 고려해 대주주 범위를 현행과 같이 종목당 보유금액 50억원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 외에도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 펀드를 조성하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을 지원하는 등 자본시장 발전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들을 지속 추진하고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 노력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세 형평성은 어디로? =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로 조세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과세 형평성도 후퇴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당장 대주주 기준을 후퇴하는 방향으로 정했다면 장기적으로 주식 양도소득에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등의 로드맵을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조세정책의 신뢰성과 형평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기본 원칙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더 큰 문제는 이번 정책 후퇴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금투세 도입 로드맵을 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향후 세입 기반을 늘릴 방안을 거론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재명 정부가 앞으로 인공지능(AI) 등 미래성장 분야에 투자하기 위해선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지만, 세수를 늘릴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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