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란전담재판부 거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2025-09-15 13:00:29 게재

정청래 “재판 독립·정치중립 어겨 … 사퇴해야”

대통령실 “입법부 논의 존중 해야” 사실상 동조

조희대, 이 대통령 선거법 파기환송 주도 악연

사법개혁을 위한 입법에 나선 여권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개 요구하고 나섰다. 내란재판부 설치를 놓고 여권이 한목소리로 법원의 선제적 조치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장의 거취문제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을 놓고 ‘입법 권한’을 강조하는 여권의 속도전에 우려를 표하던 야당과 법원의 후속 대응이 주목된다.

다시 손 맞잡은 민주당 지도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해 서로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에서 “재판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조희대 대법원장 스스로 어긴 것 아니냐”면서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 김주옥 부장판사가 올린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문 일부를 소개하며 “법원 내부에서 신뢰를 잃었고 대법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편향적이라는 내부평가가 있었다”면서 “재판 독립, 법원의 정치적 중립은 조 대법원장 본인 스스로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희대 대법원장이 헌법 수호를 핑계로 사법 독립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내란범을 재판 지연으로 보호하고 있다”며 “사법 독립을 위해 자신이 먼저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대표도 내란재판부 설치를 강조하며 법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우리 헌법에서 가장 중죄가 내란, 외환죄”라며 “내란 수괴 혐의자 윤석열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탈옥, 석방시킨 지귀연 판사가 잘한 것이냐, 박근혜 재판 때와 달리 침대축구를 하고 있는 지귀연 판사가 지금 잘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서울중앙지법에 내란재판부를 설치하고 말고는 입법 사항”이라며 “내란전담재판부는 조희대의 정치적 편향성, 지귀연 판사의 침대 축구가 불러온 자업자득임을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말고는 입법사항”이라며 “내란척결이 시대정신인 상황에서 민주당은 시대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내란종식을 위한 전담 재판부 구성에 대해선 대통령실도 여당의 입장에 동조하고 나섰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에 “국회가 숙고와 논의를 통해 헌법 정신과 국민 뜻을 반영하고자 한다면 가장 우선시되는 국민 선출권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입법부 존중을 강조하며 내란 전담 재판부 운영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과 같은 선상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지난달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내란특별법) 내 특별재판부 설치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내란 사건의 1·2심 재판을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설치하는 특별재판부가 심리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민주당은 독립된 법원을 따로 만들자는 게 아니라 현재 법원 조직 내 내란 사건만을 전담하는 재판부를 설치하자는 것이어서 위헌이 아니라는 취지다. 현재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포함한 내란특별법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동법원·가정법원과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 설치한 ‘지식재산 전문 재판부’를 지목하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사건의 중차대함을 고려하면 법원이 먼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주창하고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법부 판단도 기다려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움직임이 없다면 결국 입법으로 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단이 빠른 시일 내에 나오면 좋겠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사건을) 질질 끌 것인가. 사실심은 2심까지 있는데 이게 1심 아닌가”라며 “조금 속도감 있게 하기 위해 전담재판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정책위의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사건을 보면 대법관 업무 가중을 이유로 상고법원을 설치하자는 내용이었다”며 “그런데 왜 우리가 대법관을 증원하자는 데에는 (법원이) 반대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법원조직법 등을 발의해 정기국회에서 논의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입법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의 이같은 압박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위헌적 시도라며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내란특별재판부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구성에 관여하게 돼 있어 사법부 독립을 규정하고 인사권을 대법원장에게 부여하는 헌법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날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특별재판부든 전담재판부든 특정 성향을 지닌 법관들이 임명되는 것 그 자체가 중대한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을 두고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사법부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로 내정된 나 의원은 15일 SNS(소셜미디어)에 “국회 법사위원장이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하는 것 자체가 헌정사에 있을 수 없는 월권이다. 법사위원장이 할 말인가”라며 이같이 적었다. 나 의원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오만 막말에 이어 이재명 선거법 재판에 대한 사감(사적인 감정)으로 노골적 사법 질서 파괴 권력 남용이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이명환 김형선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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