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후속협상 ‘장기화’… 한미 릴레이 교섭
산업장관 귀국 하루 만에 통상교섭본부장 출국
통화스와프-대미투자펀드 등 쟁점 놓고 이견 커
한미 관세협상 관련 후속 협의가 빠른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장기화될 조짐이 엿보인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선 “간극이 크다” “결과보다는 과정”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에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바통터치하며 15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등 한미 고위급 간 릴레이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해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조금 지났고, 다른 정부가 이전부터 관세 협상을 시작한 것을 보면 장기화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장기화 전망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협상) 기간과 국익이 꼭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결론적으로 최종적인 합의 시점에 이르렀을 때, 외환보유에 대한 입장이라든가 기업 보호 측면이라든가, 다양한 우리 국민의 이익 측면에 영점을 맞춰서 (국익이) 최대화하는 시점을 보면 시간 역시도 그 범위 안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장기화’라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무작정 시간을 끌지만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에선 한미간 고위급 협의를 이어가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미 간 이견만 확인한 채 귀국한 지 하루 만인 15일 오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여 본부장은 워싱턴D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 카운터파트를 만나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이어가는 한편, 비자 문제 등 현안 논의도 병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 통상 당국은 지난 8일 워싱턴DC에서 실무급 협의를 한 데 이어 지난 12일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장관급 회담을 진행한 바 있다.
다만 후속 협상 관련해선 당장 가시적인 결과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결과를 단정하기 보다 과정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전날 강 대변인이 말했던 “서로 새로운 조건을 제시하면서 최적 상태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관세 협상의 특징”이라며 “관세 협상은 영점을 맞춰가는 과정이고 국익이 가장 최대한 보존되고 국익이 관철되는 지점이 우리가 생각하는 영점”이라고 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후속 협상에서 한미 간 쟁점은 크게 대미투자펀드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대미 투자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한국 외환시장 충격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다. 펀드 관련해선 직접 투자 비중을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는 미국과 금융 보증 방식의 투자를 원하는 한국의 입장 차이가 아직 큰 것으로 전해졌다.
펀드의 수익 배분 방식 관련해서도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정해지지 않도록 우리 측이 방어적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협상단은 대미 직접투자 시 한국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방어막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무제한 한미통화스와프 개설의 필요성을 미측에 전달했고 이와 관련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외환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강 대변인도 “외환시장 영향이란 부분도 우리로서는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충분히 그 사안도 고민하면서 협상에 임하고 있다”면서 “(미 측의) 무리한 요구가 있다면 국익 보존을 목표로 협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형선·이재호·성홍식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