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배당 성향 정상화로 '증시 밸류업'
코스피가 10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처음으로 3400선을 돌파했다. 정부가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져 증시는 상승 랠리를 지속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로 쏠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문제는 배당을 더 많이 늘리면서 동시에 세수에 큰 결손이 발생하지 않으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하면서 최고세율 인하론은 더욱 확산하는 중이다.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내년 세제 개편안에 35%로 책정돼 있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보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이 배당 유도 효과와 세수 중립성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
이소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배당 성향 35% 이상인 기업에 대해 분리과세 최고세율 27.5%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종합과세 최고 실효세율 42.85% 대비 15.35%p의 실질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기업들의 배당 성향 상승을 적극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200 기업들의 배당 성향이 글로벌 주요국 평균 배당 성향 50.4% 수준까지 상향된다면 2024년 기준 배당 관련 총세수는 약 12조300억원으로 추산되어, 기존보다 약 6조38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정부안은 약 700억원의 배당소득세 감세만 초래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의 배당 관련 전체 세수 중 지배주주(개인 대주주)로부터의 배당소득세 비중은 19.2% 수준으로 낮지만, 지배주주들은 기업들의 배당성향 결정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도입은 대주주들이 혜택을 받는 측면도 있지만, 이를 통해 배당 성향 요건을 적절히 설정하면 기업들의 배당 촉진과 세수 증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부자 감세를 우려하는 소리도 있다. 다만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의 대가 중 일부인 배당소득을 무위험 예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소득과 동일한 잣대로 과세하는 것이 형평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이런 불공정함이 증시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정부가 선진국 수준의 합리적 세제를 마련하고, 기업들이 일관된 배당정책을 추진할 때 투자자들은 단기 차익보다 장기 가치에 주목하는 성숙한 투자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기업의 배당 성향을 높이려면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이사회 책임성 강화 같은 구조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때야말로 ‘코스피 5000’은 우리에게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