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조 “노숙 농성 중단” 선언

2025-09-16 13:00:31 게재

“정부 약속 신뢰, 구체적 답변·이행 기다릴 것”

전단채 피해자, 증권사에 선·가지급금 지급 요구

홈플러스 노동조합이 5개월 만에 천막 노숙 농성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그 결과를 우선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홈플러스 사태 해결의 공이 정부로 넘어간 셈이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 지부장은 15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약속을 신뢰하며 무기한 노숙 농성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노숙 투쟁은 일단 멈추고 용산 대통령실 앞 농성장은 유지하면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4월 14일부터 천막 농성 이어와 = 이번 결정에는 지난 11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방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성명에서 “김 장관이 선량한 인수자를 통한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하고, 추석 명절 전까지 관련 부처와 당사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보고하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정부의 구체적 답변과 이행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만약 추석 전까지 정부의 답변이 없거나 약속이 미흡하다면 더욱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홈플러스가 지난 3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자 노조는 지난 4월 14일부터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D타워 앞에서 천막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으로 장소를 옮겨 무기한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12일과 13일에는 서울을 비롯해 부산, 울산, 순천 등에서 동시다발 총궐기대회를 열고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총궐기대회 등에서 “정부와 국회, 입점 점주, 노동자, 홈플러스, MBK 모두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 기구를 조속히 만드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하며 MBK와 김병주 회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하나증권 앞서 기자회견 예고 =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 자산유동화증권 전자단기사채(ABSTB, 유동화전단채) 피해자들은 발행 증권사를 상대로 선·가지급금 지급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7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 앞에서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한다.

유동화전단채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카드구매채권을 기반으로 발행된 무담보 유동화 금융상품이다. 주로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판매됐으며 신영증권·하나증권·유진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증권사를 통해 유통됐다. 비대위에 따르면 전체 피해 규모는 약 2075억원에 달하며, 피해자 수는 676명이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 5월 신영증권과 하나증권과 간담회를 열어 선·가지급금 지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비대위는 이번 집회를 시작으로 증권사에 단계적 선·가지급금 지급을 요구하는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피해자들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개시 이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홈플러스의 고의와 기망에 따른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책임자가 없는 상태”라며 “증권사 역시 상품심사, 준법감시, 설명의무 등을 다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비대위는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선·가지급 비조치의견서 배포를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후 이찬진 금감원장에게 ‘비조치의견 청원서’와 제1호 집단민원을 제출했다.

비조치의견서란 민원인의 요청에 따라 금융회사가 추진하려는 특정 행위에 대해 금감원이 제재 조치를 취할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답변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는 제도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금융투자회사가 규정에 근거해 사적 화해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건전 영업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금융투자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공식 답변을 비대위에 전달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서도 금융사들은 금감원의 규정 해석을 근거로 선·가지급금을 지급했다”며 “오는 17일 집회가 본격적인 투쟁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 연장 = 한편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이날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제출 기간을 이달 10일에서 11월 10일로 연장하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인가 전 M&A를 위한 인수의향자를 찾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매각공고 전에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 입찰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희망자를 찾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인가 전 M&A를 추진하고 있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3월 4일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신청 11시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후 지난 6월 “임직원의 고용 보장 및 협력업체의 영업 보호, 채권자들의 채권 변제를 위해 외부 자금 유입을 추진하겠다”며 법원에 인가 전 M&A 추진과 매각주간사 선정 허가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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