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첫 학기, 내신 1.0은 최대 2% 불과

2025-09-17 13:00:01 게재

전국 3개 지역 고1 분석 결과 평균 1.0 학생 1.3~2.1%에 그쳐 … 갈수록 1.0 더 줄어들어 변별력 충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올해 고1부터 내신 5등급제가 도입됐다. 연초부터 전 과목 1등급을 받지 않으면 서울권 대학 진학이 어렵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지난 여름 서울 강남 3구 학생의 높은 자퇴율을 두고 내신 부담이 더 높아져 자퇴 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입에 도전하는 수험생이 급증할 것이란 보도도 이어졌다.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을 호소하며 사교육에 기댔다. 하지만 1학기가 끝난 후 각 지역 공교육에서 공개한 데이터는 등급 급간이 줄어 전 과목 1등급이 대거 양산될 것이란 예측과 달랐다. 아는 만큼 불안은 떨치고 대비는 탄탄히 할 수 있다. 내신 5등급제의 성적과 대입을 짚어봤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으로 올해 고1부터 내신 5등급제가 적용됐다. 상위 10%까지 1등급, 10~24%는 2등급, 34~66%는 3등급, 66~90%는 4등급, 90~100%는 5등급을 받는다. 고2·3의 내신은 9등급으로 산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간이 줄었다. 이를 두고 고1은 전 과목 1등급 평균 등급 1.0을 받지 않으면 대입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전국 3개 지역 고1 1학기 분석 결과 = 특히 상위권이 선호하는 서울 주요 대학은 전 과목 1등급을 확보하지 못하면 진학하기 어렵다는 주장에 이목이 집중됐다. 내신 평균 등급이 1.0인 학생이 5등급제에선 최대 5%, 즉 9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는데 의약학계열 모집 인원보다 많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시험에 큰 부담을 느꼈고 사교육을 찾는 빈도와 지출 비용도 늘었다.

현실은 우려와 달랐다. 1학기가 끝나고 부산을 시작으로 경기 서울에서 관내 학교 1.0 비율을 조사해보니 전체의 1.3~2.1%에 불과했다. 부산시교육청학력개발원 진로진학지원센터가 관내 81개교 1만3553명의 1학기 성적을 집계한 결과 1.0 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2.07%로 나타났다.

경기진학지도협의회가 자료 취합에 협력한 57개교 고1 1만5566명의 1학기 성적을 분석한 결과 1.0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1.74%였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서울과 일부 지역 32개교 고1 6929명의 1학기 성적을 조사한 결과 89명, 조사 대상의 1.29%가 1.0을 받았다.

세 지역의 결과를 단순 합산하면 1.0을 받은 학생은 170개교 고1 3만6028명 중 1.97%인 709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고1은 전교생이 이수하는 공통 과목이 대부분이라 1등급 인원이 많다. 선택 과목 위주로 이수하는 고2부터는 과목별 수강 인원이 줄어 그만큼 상위 등급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고교학점제는 학기이수제라 9등급제를 이수한 학생에 비해 배워야 하는 과목 수가 늘어난다. 이수 과목 수가 많을수록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기는 더 까다롭다. 평균 1.0을 받는 인원이 급증해 대입에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유태혁 서울 세화여고 교사는 “5등급제로 인한 내신 인플레이션이나 평균 1.0 급증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상위권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힘들어 고교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야 대입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일각의 주장이 틀렸음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2등급도 서울권 대학 진학 가능해 = 2등급을 받아도 대입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박상호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 교육연구사는 “4학점 과목을 기준으로 매 학기 2등급을 하나씩 받아 3학년 1학기까지 2등급이 5개인 학생의 내신 평균은 1.16인데, 2025 입시 결과를 기준으로 서울 주요 대학 교과전형 지원이 어렵지 않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경기진협의 협력 학교 고1 1학기 성적 분석 자료에 따르면 평균 1.0을 받은 학생의 누적 비율 1.74%를 기준으로 보면 9등급제에선 평균 1.55로 치환할 수 있는데, 이 등급은 2025 수시 교과전형 70% 컷 기준 인문 계열은 고려대 학교추천전형 국어국문학과, 자연 계열은 한양대 교과(추천형) 기계공학부의 합격선이다. 전 과목 2등급을 받은 평균 2.0(9등급 기준 3.24)도 서울권 대학의 70% 컷 안쪽에 위치했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다산고 교사는 “5등급제에서 평균 1.0이라면 최상위권이 지원하는 의약학 계열 상경 계열부터 해당 모집 단위까지 지원할 수 있다”며 “1.0이 아니더라도 많은 학생에게 서울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유 교사는 “교과전형을 기준으로 평균 1.1은 의학 계열, 1.1~1.5 내외는 서울 주요 15개 대학, 1.5~1.75 내외는 서울 주요 24개 대학, 2등급 초반까지 서울권 대학에 지원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교과전형 학생부 정성평가 비중 확대 = 주요 대학은 석차등급만 보는 전형을 줄이고 있다. 2026학년 수시만 보더라도 건국대 경북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부산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 교과전형에서 서류(학생부) 평가를 반영한다. 반영 비율은 10~40%로 대학마다 다르지만 영향력이 낮지 않다.

급간이 줄어든 5등급제에선 학생부 평가나 면접 등 내신 외 요소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교과전형은 서류 평가에서 학생부 ‘교과 학습 발달 상황’, 그중에서도 과목 이수 이력과 세특에 집중한다. 상당수 대학이 난도가 높은 과목이나 지망 계열과 관련된 과목을 피해 높은 성적을 확보하기 수월한 과목만 이수한 경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안내한다.

최상위권이 선호하는 의대와 서울대도 생각보다 내신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수도권 의대 교과전형의 합격자 70% 컷은 현재도 1.0~1.2 이내다. 한데 2026 수시 기준 건양대 지역인재(면접)전형 외에는 모두 매우 높은 최저 기준을 적용하고, 선발 인원은 적다. 서울대는 아예 교과전형을 운영하지 않는다. 이들 대학은 사실상 교과 성적이 지원 시에만 중요할 뿐, 당락은 최저 기준이나 학생부, 면접이 결정한다고 볼 수 있다.

유 교사는 “5등급제에서의 등급을 9등급제라면 이 정도라고 공식처럼 산출하려는 것은 위험하다”며 “고1은 등급의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급간이 넓어진 만큼 시야도 넓혀 범위로 바라보고 대입과 연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8 정시 수능 외 평가 강화 전망 = 고교에선 학기말 시험이 끝나고 나면 소위 ‘정시 파이터’가 늘어난다. 내신의 부담에서 벗어나 수능에만 집중해 정시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SKY 신입생, 검정고시 출신 급증” “서울 강남 3구 학업 중단율 최고” 등 자퇴와 관련한 보도가 유독 많았다. 실제 고1의 자퇴 상담 건수도 급증했다.

진학 전문가들은 자퇴의 효용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2028 정시에선 수능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대의 ‘2028 서울대 대입전형 개편 방안’을 보면 정시 일반전형은 1단계에서 수능 등급, 2단계에서 수능 백분위 환산점과 교과 역량 평가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다.

급간이 훨씬 촘촘한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현재에도 서울대 응시 집단의 특성상 지원자 간 수능 성적의 차이가 크지 않다. 사실상 2028 서울대 정시의 당락은 교과 역량 평가가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교과 역량 평가는 고교에서 이수한 모든 교과의 성취도,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 이수 이력, 주도적인 교과 학업 역량 등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며, 공동체 역량도 추가로 살핀다. 서울대는 “수능은 대학 수학을 위한 기본 학업 소양 검증에 활용하고, 고교 학습과 연계를 강화하는 교과 역량 평가를 확대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즉, 정시에 ‘올인’한다고 학교생활을 포기하거나 자퇴를 한 경우 교과 역량 평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미 올해 정시에서 고려대와 연세대는 내신 성적을 정량적으로 반영하고, 부산대(의예과·치의예과) 성균관대(사범대학) 한양대는 학생부 정성 평가를 진행한다. 이로 볼 때 2028 대입에서 학생부를 평가하는 대학은 더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학이 정시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는 배경에는 고1이 치를 수능의 특성이 자리한다. 출제 범위가 고1~2 공통 과목에 집중돼 있어, 대학 입장에선 한두 문제를 더 맞혔다고 우수한 학생으로 보긴 어려워졌다. 지원자가 몰리는 서울 주요 대학은 서류나 면접 같은 수능 외 전형 요소로 학생의 역량을 검증할 가능성이 높다.

◆내신 삐끗에 수능 ‘올인’ 안 통해 = 전문가들은 2028 대입에서 상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수능에만 올인하거나 자퇴할 경우 스스로 선택지를 줄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경고한다.

다만 2028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은 낮아지되, 수능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주요 대학에서 지원자 집단을 다양화하고 학업 역량을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수시에 최저 기준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요 대학 진학을 희망한다면,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교과 성적과 학생부 수능까지 챙겨야 하며, 정시를 주력 전형으로 마음먹은 학생 역시 수능은 물론 내신과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해야 기회를 최대한 얻을 수 있다. 수시 정시 모두에서 모든 영역을 갖춘 ‘올라운더’가 되어야 하는 셈이다.

유 교사는 “입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잘못된 정보에 현혹될 수 있지만 본질을 기억해야 한다”며 “여러 요소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학생이 필요한 과목을 배우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신 5등급제와 통합형 수능이 큰 변화이나, 이미 2026~2027 대입에 선제적인 조치가 반영되고 있어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방향을 확인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내년 봄에는 대학별 2028 대입시행계획이 공개될 예정이다. 등급의 숫자에 매몰되지 않고 급간이 넓어진 만큼 시야도 넓혀 범위로 바라보며 대입 변화 방향을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기수 기자·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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