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년 ‘독립운동 성지’가 친근해졌다

2025-09-17 13:00:01 게재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국가유산 야행’

국제학교 학생·초등학생도 동참 눈길

“주민들이 항상 다니는 곳이에요. 국가유산이라고 하면 엄숙한 분위기인데 저녁에 불을 밝히니 더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서울 용산구 효창동 효창공원. 인근에 사는 김희숙(69)씨가 환하게 불을 밝힌 공원을 둘러본 뒤 “독립운동 성지 효창공원은 우리 동네 자랑거리”라며 “밤에 하는 행사, 밤에 하는 나들이로 용산 전체가 더 밝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영 구청장이 효창공원에서 열린 국가유산 야행에서 신여성 복장을 한 관람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용산구 제공

17일 용산구에 따르면 구는 지난 12일부터 이틀간 서울 효창공원 일대에서 ‘2025 용산 국가유산 야행’을 진행했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더한 ‘밤을 밝히는 독립의 외침’이다. 박희영 구청장은 “주민들이 생활과 가까운 곳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느끼고 그분들의 사랑을 기억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사적 330호로 지정된 효창공원에는 여러 독립운동가들이 잠들어 있다. 윤봉길·이봉창·백정기 삼의사(三義士)와 임시정부 요인 출신인 이동녕·조성환·차이석 선생, 백범 김 구까지다. 삼의사 묘역에는 안중근 의사가 묻힐 가묘도 조성돼 있다.

용산구는 지난해 자체 예산을 투입해 처음으로 효창공원에서 야행을 열었다. 의열사에서 주민들과 함께 영화 관람을 하는 등 파격적인 행사로 이목을 끌었다. 올해는 국가유산청 지원을 받아 야경 야설 야사 야로 야화 야시 6야(夜)를 더했다. 효창공원 일대에는 야간경관을 더해 밤에도 안전하고 친숙한 공간으로 꾸몄다. 독립운동 창작 뮤지컬, ‘신여성 의상실’ ‘나랑 맞는 독립운동가 찾기’ 등 체험,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효창공원 한바퀴 등 방문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준비했다.

그 가운데 야화(夜話)에 포함된 ‘제시의 일기’는 잊혀진 영웅을 기리는 전시다.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양주오·최선화 부부가 두딸 제시와 제니의 출생과 성장을 기록하면서 독립운동가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일기를 토대로 했다.

부부는 일제 추적을 피해 이동하던 임정 요인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공습과 대피, 의식주와 죽음, 명절과 기념식 등을 기록했다. 박희영 구청장은 “독립운동은 각계각층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참여한 거대한 흐름이었다”며 “이름 모를 영웅들이 잊혀져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역 청소년들이 함께해 더 의미가 있다. 한남동 서울용산국제학교 학생들은 음악을 연주하며 ‘독립, 자유를 향한 행진’에 동참했다. 청소년들이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주체가 돼 역사와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표현하도록 하기 위해 기획했다. 실제 학생들은 개막식 직후 다양한 행사에 동참해 즐겼다.

인근 원효초등학교 4학년 이가현·김서연 학생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방문객들 안내를 맡았다. 사회시간에 ‘지역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약속했는데 실천에 옮겼다. 학원도 빠졌다는 두 학생은 “비가 오는데 고생한다고 전단을 두번씩 받아줬다”며 “여러 체험까지 함께하니 너무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다빈 담임교사는 “지나가듯 얘기했는데 기억하고 동참했다”며 “친구들에게 야행을 소개하고 본인들 경험도 많이 들려줘 더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효창공원과 독립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야행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동시에 잊혀진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다양한 기념행사를 꾸준히 마련할 계획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주민들이 귀하게 얻어낸 자유의 소중함을 동네에서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며 “청소년들도 자연스럽게 역사를 인식하고 광복의 의미를 몸으로 익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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