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으로 얻는 이익 초과하는 수준으로 처벌 강도 강화”
주병기 공정위원장 취임식서 밝혀
“기업 투명성·사회 책임 높아져야”
주병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강도를 그 행위에서 얻는 잠재적 이익을 현저히 초과하는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담합·갑질 등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해당 매출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현행 과징금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을 완화하되 과징금·과태료 등 금전적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과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관련해선 “플랫폼 시장의 공정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제도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주 위원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경제발전 수준에 따라 기업 활동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은 높아져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기술 개발과 효율적 경영에 나선 혁신적 기업은 키우고, 불공정한 착취와 사익편취에 자본을 탕진하는 기업은 엄벌해 창의적 혁신과 건강한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시장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특정 집단, 집중된 경제력, 소수의 경제적 강자가 정치·경제적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는 ‘길항권력(countervailing power)’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공동번영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면서 “길항권력의 선봉에 서는 것이 공정위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길항권력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진보 경제학자인 존 갤브레이스가 1952년 ‘미국 자본주의’에서 주창한 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갤브레이스는 기업 권력을 사회적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토대 위에서 노조와 소비자단체, 정부 규제로 대기업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기술탈취·부당대금지급 등 중소벤처기업의 성장기반을 훼손하는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겠다”며 “경제적 약자가 가맹본부·원사업자 등 경제적 강자에 대항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안 과제인 온플법과 관련해서는 “플랫폼 입점 사업자를 보호하고, 거래질서를 공정화하기 위한 규율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다만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을 규율하는 법안은 미국 측이 통상협상 과정에서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했던 만큼, 갑을관계를 다루는 공정화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경제적 약자의 생계와 일자리, 소비자 후생에 밀착돼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그만큼 공정위는 국민 생활을 지지하는 역량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상공인이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상생의 기업생태계를 만들겠다”면서 “기업집단 내 사익편취, 부당 지원 등 나쁜 인센티브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