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복잡해진 관세 방정식…‘지구전’으로 간다

2025-09-17 13:00:40 게재

조지아 구금 후 여론 악화·3500억 달러 투자금 국회 동의 필요

후속협상 변수 늘어 … 정부 “시한 쫓기지 않는 국익 우선 원칙”

대미 관세 후속 협상의 방정식이 더 복잡해졌다. 세부 사항에 대한 한미 간 이견 외에도 조지아주 한국 근로자 구금 사태 이후 악화된 국내 여론, 대미 투자금에 대한 국회 동의 필요성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한에 쫓기지 않는 국익 최우선 원칙을 제시하는 등 협상력을 높이며 ‘지구전’ 전략을 펴고 있지만 한일 자동차 가격 역전 등의 현실도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협상 장기화에 대비중으로 알려졌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6일 세종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취재진과 간담회에서 미국과 협상 과정을 전하며 “책상도 치고 목소리도 올라가는 그런 과정이 있었다”며 “교착 국면에 있다가 이어지고 있고, 밀고 당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지난 12일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후속 협의를 진행한 후 귀국했다.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번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곧바로 미국으로 향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 여 본부장은 취재진에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치열하게 협상중”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선 미국과 협상이 장기화되더라도 섣불리 불공정 계약을 체결할 수는 없다는 방침이 더 명확해지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기조를 밝힌 데 이어 1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더 강한 입장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추상적으로 국익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의 이익과 직결된 사안들”이라며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러 가는 것은 돈을 벌러 가는 것이지, 퍼주러 가는 것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한에 쫓긴다고 해서 우리 기업들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는 합의안에 서명할 수 없다”면서 “기업이 손해 보는 것을 정부가 강행하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

미 조지아 주의 한국인 구금 사태 이후 미국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된 점도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정부 관계자는 “구금시설 내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관세 협상과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국민 여론도 (미국과 협상하면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대한 투자금 관련한 국회 동의 과정을 거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국회) 동의를 요하는 조약 형식이 아니더라도 재정적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국회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이 (헌법에) 있다”면서 “최종 협상이 진행되고 결론이 나는 시점에 국회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어 표결 자체는 쉬울 수 있지만 후속 협상의 내용을 놓고 정치권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협상이 지구전 양상으로 갈 경우 당분간 관세 25%를 감내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가 정부의 당면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 현지시간 16일 이후 한일 자동차 가격이 역전되는 등 미국 시장 의존도가 큰 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선·이재호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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