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종업원 1000명 이상 대기업 임금체불도 ‘폭증’
7월 현재 244억원, 지난해 연간 171억원 돌파 … 이 대통령, 엄정 대응 지시
이재명정부가 ‘산재와 전쟁’에 이어 ‘체불임금과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종업원 수 1000명 이상 대기업들의 임금체불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7월까지 대기업 임금체불액은 24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체불액을 훌쩍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잇달아 임금체불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감독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며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런 사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8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업종별, 사업장 규모별 임금체불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올해 들어 종업원 수 1000명 이상 대기업의 임금체불액이 급증했다. 2024년 체불액은 171억원 규모였는데, 올해 7월까지의 체불액이 244억원이다.
사업장 규모별 임금체불액을 살펴보면 △5명 미만 3833억원 △5~50명 미만 5978억원 △50~100명 미만 1076억원 △100~300명 미만 1522억원 △300~1000명 미만 741억원 △1000명 이상 244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사업장보다는 100명 이상의 기업에서 임금체불이 두드러졌다.
◆올해도 전체 체불액 2조원 넘을 듯 = 대기업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100~300명 미만 사업장 역시 올해 7월까지의 체불액이 1522억원에 달하면서 이미 지난해 연간 체불액인 1510억원을 넘어섰다. 300~1000명 미만 사업장의 체불액도 740억을 넘어서면서 곧 작년 체불액 규모를 넘어설 태세다.
올해 7월까지의 업종별 임금체불액은 제조업이 3873억원으로 가장 많고, 건설업(2703억원) 운수창고 및 통신업(196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학원과 병원 등 기타업종이 1706억원,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이 1536억원으로 나타나면서 전 업종에서 임금체불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 연도별 임금체불액은 2022년 이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22년 1조3472억원이었던 체불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하면서 2조44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체불액이 2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7월까지의 임금체불액이 벌써 1조3420억원을 기록하면서 이미 지난해 동기간(24년 1월~7월) 임금체불액 1조2261억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임금체불에 따른 진정·고소고발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진정은 14만4435건, 고소고발은 1만840건이었다. 두 해 연속 접수 건수가 늘어나면서 2024년엔 진정이 18만2211건, 고소고발은 1만2555건을 기록했다. 진정과 고소고발을 합치면 3년간 거의 4만건이 늘어났으며 올해 역시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임금체불 문제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벌금 내고 말지’ ‘버티면 그만이지’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보다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청산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솜방망이 처벌 관행 개선 =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금체불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체불액 일부에 해당하는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업주들이 큰 불이익 없이 임금을 반복 체불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임금체불 관행이 개선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임금체불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강력한 대책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상습 임금 체불 기업을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도 임금 체불을 ‘임금 절도’로 규정하고 모든 근로감독 자원을 임금체불 근절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의 정부 합동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올해 하반기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처벌을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한다.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공개 조건도 현행 3년 이내 2회 이상 유죄 확정에서 1회 이상으로 확대한다. 명단공개 사업주에는 금융기관 대출 심사 등 금융 거래시 불이익을 주는 신용제재도 병행한다.
명단공개 사업주가 재차 체불을 저지르면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제외하고 피해 근로자가 처벌 의사를 철회하더라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 과태료나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를 병행해 체불임금 변제 압박을 강화한다. 고액 체불이나 불법성이 강한 경우는 1회 발생해도 체불임금의 미청산 기간 중 정책자금융자, 보조·지원사업 등을 제한한다.
김주영 의원은 “임금체불로 인해 하루하루 고통받는 노동자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해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한 몸이 되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임금체불은 청산뿐 아니라 당초에 체불이 발생할 수 없도록 예방하는 데도 초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