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강제 포렌식 동의서’ 노조 반발

2025-09-18 13:00:08 게재

철회 서명 운동 돌입, 추가 대응 등 예고

“사고에만 포렌식” 해명에도 논란 확산

카카오 노동조합이 사측의 ‘강제적 포렌식 동의서’ 제출 요구에 반발해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섰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노조)는 17일 성명을 내고 “사측이 지난 15~16일 사이 사내 시스템 접근 과정에서 ‘정보보호·언론대응가이드 준수 서약서’를 강제로 동의하도록 했다”며 “이는 사실상 직원들에게 서명을 강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동의의사 철회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철회서에는 ‘민법 제107조에 따라 당시 동의 의사표시는 진의가 아니었음을 밝히며, 동의서 전체에 대해 동의를 철회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정보유출은 심각한 문제이고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모든 직원의 개인 기기를 포렌식 대상으로 삼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라며 “포렌식 동의 조항 철회와 사내 공식적인 논의기구를 통한 유출 정황 조사 및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반복적인 문제발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영 쇄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카카오가 문제 상황이 의심될 경우 필요에 따라 전 직원의 개인 기기를 포렌식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받으면서 촉발됐다. 당시 직원들은 사내 시스템에 접속하기 위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동의서 페이지로 이동했으며, 동의하지 않으면 인트라넷과 게시판 등 필수업무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었다. 직원들은 이를 “사실상 강제 서약”이라며 반발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사내 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이번 서약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포렌식은 법적 분쟁이나 수사에서 전자증거를 확보하는 절차로, 통화내역·문자메시지·메신저 대화·이메일·앱 사용 기록 등 개인 생활 전반이 드러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법조계에서는 서약에 동의하지 않으면 업무상 불이익이 따르는 구조라 근로기준법 등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강제동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노조 관계자는 “연초 보안서약을 받는 경우는 있지만 업무에 불이익을 주는 서약서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측은 “이번 서약만으로 임직원 기기를 열람할 수는 없고,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별도의 개별 동의 절차를 거쳐 제한적으로 포렌식을 시행하게 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포렌식도 동의를 거부할 수 있으며, 업무 관련 프로그램 등만 특정 키워드로 접근 가능하며 개인 메시지나 메일 등은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카카오노조는 “모든 크루(직원)들의 인권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며 향후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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