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정부조직 개편’ 시동…야 “야당 존중해야”

2025-09-18 13:00:02 게재

행안위 법안심사위 회부 … 25일 처리 시도

국민의힘 “정부 근간을 번갯불에 콩 볶나”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돌입했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오는 25일 본회의 처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근간이 되는 법을 번갯불에 콩 볶듯 처리하고 있다”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과 협의하지 않으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동원하겠다고 맞섰다. 정기국회 현안처리를 놓고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가 여당의 파기로 무산된 후 예고된 결과다.

국회 행정안전위는 17일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하면서 처리 절차에 돌입했다. 민주당과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정부 조직개편안을 기초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검찰청 폐지 및 중수청 설치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등 금융조직 개편 △기획재정부의 예산·정책 기능 분리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여당은 이날 행안위에 상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단 방침이다. 18일 행안위 법안소위, 22일 행안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조직법 처리 의지’ 밝히는 김병기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 회기 내 정부조직법 처리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른 숙려기간인 15일이 지나지 않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조속한 국정과제, 민생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지체 없는 심사가 필요하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 상정을 주도했다. 16일 행안위에 회부된 법안을 숙려기간(15일)을 마무리하지 않았지만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를 들어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이재명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정권이 출범했으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도 “우리가 그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대체토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정부의 근간이 되는 법안에 대한 숙의가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야당 간사인 서범수 의원은 “개정안이 회부된 지 불과 하루 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하자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법이라는 건 우리 정부의 근간이 되고 대한민국 미래와 관련되는 중대한 법이다. 왜 이런 법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하느냐”고 했다. 정부조직과 연계해 다른 상임위와 의논을 위한 연석회의를 제안했는데 여당이 거부했다고도 했다. 이성권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때도 숙의과정을 거쳐 여성가족부도 폐지되지 않았다”면서 “9월 25일 본회의를 디데이로 결정해 두고 상륙작전 하듯 정부조직법을 개편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밀어붙이기에 맞서 필리버스터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여당이 금융감독 기구 개편 방안으로 마련한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은 신속처리 대상 안건(패스트트랙) 지정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인 점을 고려한 것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180일 후 법사위로 넘어가기 때문에 본회의 처리는 내년 4월까지 밀리게 된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지난 10일 3대 특검법 개정안과 금융감독위 설치 등에 상호 입장을 반영해 합의했다가 여당 내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정부조직 개편 안 한다고 일 못하는 거 아니다. 그냥 하면 된다”면서 당초 여야 원내지도부간 합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역대 정부는 정부출범 이후 정부조직개편을 시도했었다. 노무현정부에서는 과학기술부총리와 소방방재청·방위사업청을 신설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대통령비서실·경호실 통합, 특임장관 신설과 기획재정부·농림수산식품부 신설 등이 이뤄졌다. 박근혜정부에서는 경제·사회부총리제가 신설되고 미래창조과학부·해양수산부가 신설됐고,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됐고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개편됐고 소방청·해양경찰청이 독립했다. 윤석열정부에서는 국가보훈부가 신설되고 재외동포청·우주항공청이 신설됐다. 문화재청의 명칭을 국가유산청으로 변경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