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권하는 ‘대통령·여당’…“주가, 계속 오르지 않아”
대통령·여당 ETF 수익률 공개, 사실상 투자 권유
“‘코스피 5000’ 과도하게 내세워, 국정 발목 우려”
“지금까진 기대감에 상승, 외생변수 너무 많아”
“국정과제, 코스피보다 ‘코리아 프리미엄’에 방점”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이 펀드 수익률을 공개하는 등 사실상 주식 투자를 공개 권유하고 있어 주목된다. 당 안팎에서는 ‘주가 상승’을 국정운영 성과로 내세우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코스피 5000’ 국정과제가 국정 목표치와 성패 가늠자로 인식돼선 안된다는 조언이다.
19일 국정기획위원회에 참여했던 민주당 모 핵심관계자는 “국정과제나 목표에 잠재성장률 3%나 AI 3대 강국, 국력세계 5강 등 ‘3.3.5’ 정도로 제시하는 것은 그렇다하더라도 구체적인 주가지표를 국정목표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우리나라의 경제상황과 세계 경제를 볼 때 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이 쉽지 않은 데다 주가는 우리만 잘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증권사 모 리서치 센터장은 “민주당 의원들이 코스피 상승에 상당히 고무돼 있더라”면서 “하지만 현재 주식시장은 기업의 성과만으로 움직이는 시장이 아닐 뿐만 아니라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들이 너무 많아서 코스피 숫자를 국정운영 목표로 앞세우거나 그렇게 인식되면 나중에 국정운영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주식을 투자하는 사람이 1400만명으로 늘었지만 주식투자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는 사람이 더 많고 주식투자는 그래도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이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코스피 5000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지만 주가는 결국 결과치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전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 종가 기준으로 이 대통령의 ETF 평가 이익은 1160만원으로, 이는 26.4%의 수익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재임기간중 매월 100만원씩 코스피지수 등을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ETF 상품에 투자할 예정이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코스피 지수는 25%, 코스닥 지수는 14% 상승했다”며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고 주식 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엄벌하도록 하는 ‘주주 친화 정책’을 통해 증시 체질개선에 성공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부터 매월 100만원씩 코스피 200ETF와 코스닥 150 ETF 등에 투자해 20.22%의 수익률을 올렸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ETF투자 챌린지 동참소식도 올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후 유독 주식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직접 한국거래소를 방문하거나 리서치센터장과 회동을 가졌고 전날엔 “퇴임하는 날까지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해 1400만 개미 투자자와 함께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떨어질 때’다. 증권사들은 상승하면 상승하는 대로, 하락하면 하락하는 대로 이유를 찾아 설명하면 되지만 주가 상승을 국정운영 결과로 직접 연결해 놓으면 나중에 하락할 때 설명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의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상승세에 있더라도 계속 오르는 것은 아니라 숨고르기도 하고 하락하기도 하고 오랫동안 보합세를 보이기도 하는 등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며 “오를 때는 설명하기 좋지만 떨어질 때는 어찌 설명하겠나”라고 했다. “당연히 언론들도 코스피와 국정운영 평가와 연결지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앞장설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주가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 코스피 5000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스피가 2700포인트에서 3200포인트까지 올라온 것은 호기심”이라며 “신뢰가 누적돼서가 아니라 안 할 것 같은데 하네 등의 호기심 속에서 주가가 500포인트 오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잠시 지켜보고 있다”며 “‘경영진들이 일반 주주들을 과연 지금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느냐’고 묻는 것”이라고 했다. 앞의 국정기획위에 참여한 인사는 “코스피 5000포인트는 국정 운영의 성과로 나오는 수치”라며 “핵심은 그 앞에 붙은 ‘코리아 프리미엄’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위에서는 12대 전략과제 중 2번째로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으로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내놓았다. ‘코스피 5000시대 도약’을 위해서는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이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123개 국정과제는 지난 12일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됐다.
박준규·김형선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