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지금 우리 민주주의는 안전한가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 간 극한대립은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공방은 단순한 정책비판을 넘어 서로를 ‘위헌정당’으로 규정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우리 국민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슬기롭게 대처하며 ‘K-민주주의’를 드높였지만 그 이후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들이 과연 ‘민주주의’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기능하는 국가의 경우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성문화된 헌법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수호에 가장 핵심 역할을 하는 규범으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꼽았다. 이 두 규범이 무너질 때 헌법에 명시된 권력분립은 우리 기대와 달리 민주주의 보호막으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들이 제시한 기준대로 우리의 현 상황을 돌아보자. ‘상호 관용’은 정치 경쟁자를 적이 아닌, 헌법을 존중하며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가진 상대로 인정하는 태도다. 그러나 이달 초 열린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당과 제1야당은 서로를 향한 적개심을 드러내기 바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내란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 100일이 ‘혼용무도’(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힌다)의 시간이라며 거대 여당의 폭주 속에 정치 특검을 앞세운 야당 탄압, 정치 보복만 있을 뿐이라고 맞받았다.
민주주의 생존에 중요한 두 번째 규범인 ‘제도적 자제’는 지속적인 자기통제, 절제와 인내, 혹은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를 뜻한다. 현재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앞세워 검찰청 폐지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 법안,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등을 추진 중이다.
현재 민주당에서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게 해야 한다는 ‘자제력’을 찾아보기는 힘든 형편이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에 국민의힘은 위헌정당이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지난 18일 대정부질문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을 해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위헌정당 해산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관용과 자제를 잃은 현 정치상황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울타리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12.3 계엄 이후 과연 우리의 민주주의가 되살아나고 있는지, 아니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박소원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