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5년 국정 설계자-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국정기획위 국민주권강화와 통합 TF팀장)

“정치적 양극화 등 구조적 악순환 탈출할 공론장 만들어야”

2025-09-22 13:00:37 게재

이재명정부, 국가시민참여위원회 법적 토대 만들어 가동 예정

유행처럼 ‘공론화’ 예고 … 운영 주체·구성 독립·중립성 중요

“진영화된 꽉 막힌 공간 흔들 수 있는 가능성 영역 만들어야 ”

“공론화를 갈등 해결 장치로 도구화하면 불신 만들 수 있어”

사진 이의종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국정기획위 국민주권강화와 통합 TF팀장)

미 극우 세력의 핵심 인물인 찰스 커크 피살을 바라보는 시각이 심상치 않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향해 ‘(불귀의 객이 됐을 것, 죽었을 것이라는 노상원 수첩대로) 제발 그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과 겹쳐 해석되고 있다. 갈등이 혐오나 반목을 넘어 ‘제거’로 빠르게 옮겨 붙는 분위기다. 이미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 대한 피살 시도가 있었고 군을 동원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단행됐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권의 중재자 역할은 희미해졌다.

이재명정부의 도전은 ‘국가시민참여위원회’다. 갈등의 악순환을 공론화로 끊어내겠다는 의지다. 교육 기후 통일 등 각 부처에서 핵심 이슈에 대해 유행처럼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했다.

국정기획위에서 국민주권강화와 통합 TF팀장을 맡았던 이태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이번 공론화 시도마저) 불공정 평가를 받게 돼 신뢰를 잃어버리면 이제 (갈등을) 해결할 수단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라며 섬세하고 구체적인 설계와 실행을 주문했다. 그는 현재의 갈등 상황을 “정치적 진영화, 정치적 부족주의 등이 알고리즘 같은 것으로 굉장히 심화돼 왔다”고 평가하면서 불신, 불안과 자산 양극화, 소득 양극화 등이 정치적 진영화나 양극화로 악순환 속에 빠져든 ‘구조적 문제’로 봤다.

따라서 “갈등을 촉진하고 악순환을 재생산하는 정치적 메커니즘으로부터 탈출할 공론장을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정부의 국가시민참여위원회는 독립적으로 구성, 운영해야 한다고 봤다. 갈등을 만들어내는 국가나 정부 부처가 관여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제도화하고 시민 스스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시민사회를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면서 ‘공론화의 결과’보다는 ‘내용’에 충실할 때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또 정부가 갈등해소의 주체가 아닌 당사자로 참여하는 개혁과 통합, 참여가 우선순위 없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서울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가졌다.

●이재명정부에서 온라인플랫폼이 운영되는 건가.

국정기획위에서 민원, 정책 제안 등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판단에 온라인플랫폼인 ‘모두의 광장’을 통해 수용하고 이 안에 작은 토론장도 만들어 온라인으로 토론할 수 있게 했다. 그러고 나서 선호되는 제안이나 질문은 우선순위로 앞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작은 제안이든 큰 제안이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국민신문고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빠른 답변을 주는 구조로 만든 걸로 알고 있다.

온라인 민원 처리 기능이나 정책 제안 같은 것들을 최대한 잘 정리해 부처에 전달하는 기능이 주된 기능이 될 것이다. 일정 규모이상의 조건을 충족하는 제안일 경우에는 책임 있게 공론화하는 구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얘기했던 국가 시민참여위원회 같은 게 있어야 되겠다고 판단했다.

●토론장이 활성화되진 않았다.

토론장이라는 게 댓글로 의견을 다는 수준이었다. 개선해야 될 요소다. 국정기획위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

●우리나라 갈등구조나 수준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 겨울 비상계엄 선포는 문제가 해결이 잘 안 되니까 필요에 따라 법적 허용치를 넘어 통제를 가하겠다는 선언이었고 납치해서 고문하고 죽일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야당 원내대표는 ‘차라리 그렇게 됐다면 좋겠다’고 했다. 과거 갈등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다. 이후 서부지법 사태를 봐도 시민들 간의 갈등도 훨씬 더 격렬해졌다. 정치적 진영화, 정치적 부족주의 등이 알고리즘 같은 것으로 굉장히 심화됐다. 살기가 너무 힘들어지고 미래가 불투명해지니까 우리 사회가 신뢰보다는 불신, 불안이 지배적으로 작동하고 자산 양극화, 소득 양극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생겨난 구조적인 배경이 있는 문제다. 정치적 진영화나 정치적 양극화가 이를 훨씬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공론장이 더 필요한 환경이다.

그냥 갈등이 있다라고 평면적으로 놓고 볼 게 아니다. 구조적 원인이 있는 갈등이고 이걸 촉진하는 메커니즘이 있는 상황이다. 갈등을 촉진하고 악순환을 재생산하는 정치적 메커니즘으로부터, 말하자면 알고리즘으로부터 어떻게 탈출할 공론장을 만들 수 있느냐, 그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공론장을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다. 구조적 문제의 해결책을 숙의할 수 있어야 지금같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출할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정치권에만 대화와 타협을 맡겨두기 어려운 상황에 온 것인가.

국정기획위에서 모 의원이 ‘요즘 여야 의원들은 밥조차도 같이 안 먹는다’고 하더라. 정치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예전에 정당들은 직접적으로 당원의 통제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알고리즘도 있고 강성 당원들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는다. 당이 정책을 결정하고 당원에 대해 책임을 져야 되니까 세지는 거다. 정당은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되는 것인데 아직 국민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당원의 눈치를 보는 것까지만 왔다. 그렇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그 과정에서 정치가 심각해진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정치적 진영화를 통해 국민 자체를 양분화시키고 강성 당원들을 만들어내는 악순환 고리로 번졌다. 이것을 해결할 구조를 빨리 만들어 내야 한다.

●국가시민참여위원회가 공론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건가.

공론화는 대통령의 동의를 받아 ‘시민의회’가 아닌 ‘국민공의’라고 하는 이름으로 운영할 것이다. 국민공의는 매뉴얼이 하나다. 숙의를 거친 후 결과를 내는 것이다.

의제별 공론화위원회를 하겠다고 했다. ‘시민의회’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고 ‘합의 방식으로 5년간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권고할 수도 있다. 80%가 합의해야 하는 ‘합의 회의’가 있고 합의도 결론도 아닌 여론조사만 하는 방식도 있다.

●국가시민참여위원회의 공론화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공론화 장을 여는 사람의 공정성 중립성이 결정적이다. 법을 제정해 법정 기구로 만들기로 했다. 그래야 위원회의 권고에 대통령도 따르고 부처도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 구성의 독립성도 중요하다.

의료 대란도 공론화 대상인데 ‘누가’ ‘누구를’ 상대로 공론화를 운영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시민들이 ‘(당사자인) 정부, 의사들은 빠지라’고 할 수 있다. ‘갈등 관리’라는 용어는 갈등을 접근하는 국가의 시각을 보여준다. 많은 갈등은 국가가 일으킨다. 국가가 당사자가 되는 소송도 많다. 당연히 공론장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공론장을 국가가 보장해야 된다.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정부가 공론장을 설계하거나 제안하는 것도 안 된다. 일종의 회피 제도와 같다. 각 부처가 당사자인 경우엔 시민참여위원회에 요구할 수 있다. 시민참여위원회는 중재재판소와 같다. 하지만 결론 내는 건 아니다. 기술적 지원 조직이다. 권고를 하는 거다.

정치적으로 양극화가 됐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야 된다. 알고리즘에서 완전 자유로운, 진영화된 꽉 막힌 공간들을 흔들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을 만들어야 된다.

이게 거꾸로 불공정 평가를 받게 돼 신뢰를 잃어버리면 마치 정치권이 신뢰를 잃는 것과 같이 이제 해결할 수단이 점점 없어지는 거다. 그래서 공론화를 도입하는 것은 좋지만 공론화 결과를 의무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약속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방법을 그에 맞게 잘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개헌 공론화도 검토했나.

TF 의견은 애매하게 올라갔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개헌 주체가 정부가 아니라 국회이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를 시작하자마자 가이드라인은 ‘(개헌) 이건 국회가 할 거기 때문에 정부가 많은 제안을 하지 말자’였다. 그래서 개헌은 별로 토론이 없었다. 정부가 의지를 밝히되 구체적인 안을 내지 않는다라는 걸 기본적으로 했다. 공론화 여부는 국회가 결정하기 나름이다.

●중요한 것은 ‘과정’으로 보인다.

공론화를 갈등 해결 장치라고 생각하면 반드시 도구화되기 쉽다. 과제나 의제에 대해서 합의하는 걸로 쓸 수도 있고 비전을 도출하는 것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단기적인 도구화가 되는 걸 막아야 된다. 공론화가 도구화될 때는 불신을 만들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도 하나의 공론장인데 문제는 언제나 정부가 해결사가 돼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당사자가 되는 갈등이 많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갈등도 통합도 가능해진다. 정부는 정부 때문에, 정당들은 정당들 때문에 생겨난 갈등 문제에 당사자로 참여해 책임 있게 답하는 게 개혁이다. 개혁과 통합, 참여는 서로 연결된 문제다. 통합, 참여, 개혁은 각각 다 강조돼야 된다.

●국가시민참여위원회가 공론화 외에 어떤 역할들을 하게 되나.

적극적인 기능을 해야 될 게 시민 참여 제도화다. 의제별 공론화위원회, 시민의회는 대의 장치의 대체 기구가 전혀 아니다. 보완할 수 있는 숙의 장치다. 이를 제도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시민이 스스로 조직해 공익 문제든 국정 참여든 하려고 할 때 어떻게 그것이 보장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시민 사회 기반의 활성화가 중요하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키고 시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시민의 민주적 회복력을 높이려면 시민 사회단체 활성화, 풀뿌리 마을 단체 활성화 등의 기능이 있어야 된다. 지역 공론화의 경우에도 지역 시민사회가 있어야 가능하다. 민주시민 교육은 늘 논란이다. 중도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다 모여서 어떻게 시민사회 활동을 지원할지 그리고 자생력을 키울지 얘기를 해야 한다.

●국민통합위는 갈등관리 역할을 하나.

국민통합위원회는 그 자체로 갈등 해결기구다. 공론화해서 갈등이 해결된다는 보장이 있나.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된다. 다만 그걸 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을 꼭 불러라 그리고 갈등이 있으면 현장에 제발 좀 찾아가라. 많은 경우 정부가 잘못하는 현장인데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정부가 그곳에 가야 한다. 그리고 당사자들을 불러 그들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해보는 게 중요하다.

●협치의 제도화는 어떤 의미인가.

야 4개 정당과 후보 단일화하면서 광장에서 했던 공동 선언이 있다. 이를 위한 사회 대개혁 소통 플랫폼은 국정기획위 분과처럼 운영될 수 있다. 정부가 책임 있게 답변을 해야 된다. 아직 구체적인 설계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당들이 더 적극적으로 해야 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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