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느는 유아·청소년 비만…국회, 설탕세 부과 시동
여야 의원 입법 토론회 개최 … “120개국 입법”
국민 건강이냐, 서민 물가 부담 가중이냐 논쟁
당류 과다섭취에 따른 비만 속도가 빨라지면서 설탕세 도입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술이나 담배 가격 인상론과 같이 사회적 비용과 국민 건강을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물가상승, 가격 전가에 따른 역진성 등을 고려해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는 24일 국회의원회관 제 4간담회의실에서 ‘설탕 과다사용세 토론회’를 열고 입법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 토론회는 대한민국헌정회와 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것으로 설탕세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윤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학교 건강문화사업단 단장)는 “첨가당과 인공 감미료 섭취를 억제하고 이미 발생한 국민 건강 피해를 치유하기 위한 도덕적 책임인 설탕 과다 사용 부담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부담금 부과로 인한 역진세와 조세 저항에 대한 대책으로 건강을 실천하는 소비자에게 건강넛지포인트를 지급하고 건강하게 하는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업을 지원하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엔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함께 ‘소아·청소년 비만 현황 공유 및 예방관리 대책 마련’ 토론회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는 “설탕세 도입을 통해 소아·청소년 비만율 감소, 산업계의 자발적인 무가당·저가당 음료 전환, 비만 관련 만성질환 의료비 지출 감소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청량음료산업 세금을 벤치마킹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할 때 약 2276억원 상당의 세금 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상원 한림원장은 “설탕세 도입 시 저소득층 부담 증가나 산업계 반발 같은 여러 고려사항이 존재한다”면서도 “세수를 소아·청소년의 급식 질 개선, 체육 활동 지원, 건강증진 사업 등에 투자한다면 세금의 역진성 우려를 해소하고 오히려 건강 형평성을 높이는 누진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대한비만학회가 공개한 ‘2023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2012년 대비 2021년에 남아의 경우 약 2.5배, 여아는 약 1.4배로 뛰었다. 지난 8월 OECD 통계에서는 우리나라 일일 설탕 소비량이 140g으로, 권장량(50g)의 2.8~5.6배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식약처가 내놓은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질병관리청, 2019~2023년)를 보면 2023년 여자 어린이, 청소년, 청년의 당류 섭취량이 기준치를 넘어섰다.
2021년 국회 복지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는 설탕세 도입의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국민 공감대 등을 이유로 ‘신중 검토’를 주문했고 한국식품산업협회와 대한제당협회는 반대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영국 및 프랑스의 경우, 설탕세 도입에 따라 청량음료 제조업체들이 제품의 설탕 함량을 줄이거나 용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설탕세의 효과가 일시적이라는 지적과 저소득층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고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 감소 및 설탕보다 건강에 더 해로운 성분의 소비를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 등의 반론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설탕세는 국민 부담 증가로 인한 조세저항 및 음료 산업계의 반발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도입 검토 시에는 관련 이해당사자, 전문가 등을 포함한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며 “설탕세에 대한 국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설탕세 도입 목적에 대한 공감대 형성, 설탕세로 거둬들일 재정 수입의 사용 방안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작업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설탕세는 이미 120여개국에 도입될 만큼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았다”며 “설탕 소비를 줄여 비만·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완화하고 확보된 세수를 국민 건강 증진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