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개입 의혹’ 놓고 집권여당<추미애 법사위원장 주도>-대법원장 2차전
법사위, 30일 선거법 파기환송 관련 청문회
조희대 “세종, 법을 왕권강화 수단 삼지 않아”
증인 출석 미지수 … 5월 1차 청문회도 불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오는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 전후 사정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5월에도 같은 사안으로 조 대법원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를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연일 조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한 집권여당의 ‘조희대 청문회’가 성사될지 주목된다.
국회 법사위는 22일 전체회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관련 증인·참고인 출석의 건을 의결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법사위원 9명은 이날 회의에서 조 대법원장과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의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채택했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과 민주당이 제기해 온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회동설 등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서영교 의원은 “단 하루 만에 (이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 시켜버렸다. 이런 대법원장을 우리가 믿을 수 있나”라며 “제보로는 대법원장이 될 때부터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제보자가 당시 여권 고위직에게 들었다고 전했다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법사위에서 낱낱이 현안 질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회동설 주장에 대해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는 “그런 논의도, 만남도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은 만남을 부인했지만 우리가 조희대 말을 믿어야 하나”라며 “조희대가 부인하면 특검 수사도 할 수 있지만 국회에 불러서 물어볼 수 있다. 아직도 내란이 끝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물론 실제 청문회가 계획대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지난 5월 14일에도 청문회를 추진해 조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을 증인으로 불렀지만 증인들은 전원 불출석했다. 이번 현안 청문회가 진상규명보다는 조 대법원장과 대법원에 대한 정치적 압박 성격으로 보는 이유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오전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세종대왕은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접적 표현은 없지만 내란전담재판부 등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 등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 사퇴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주장하면서 ‘사법부의 재판 진행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라는 입장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22일 “지금 민주당이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재판부의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압박하고 촉구하는 의미”라며 “내란전담재판부 등의 속도 조절은 오직 사법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 회동설 의혹을 뒷받침할 추가 증거를 내놓지 못한 민주당이 두번째 청문회 시도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야당에 반격의 빌미를 주고 ‘사법부 압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의 이번 청문회 결정이 원내지도부가 회동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야당에 대한 비판에 주력하려는 시도와 결이 다른 결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2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오찬 회동 의혹과 관련해 추가로 당에서 확인한 팩트가 있느냐’는 질문에 “수사 과정이나 이런 것들을 좀 두고 보면 좋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대법원장을 향한 청문회가 ‘사법부 파괴’라며 반발했다. 법사위 표결에 불참한 나경원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조 대법원장 및 대법관 등 증인·참고인 명단을 거론하면서 “민주당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청문회를 빙자해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례 없이 대법원장을 불러서 사법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명환 박소원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