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 속도전에 국회 상임위 권한 ‘충돌·공백’ 우려
국민의힘 “국정감사·결산 현장, 혼란으로 몰아”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자위·환노위 소관 겹쳐
상임위 정수 직무 범위 놔둔 채 이름만 변경
정부여당이 정부조직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회 상임위원회 명칭과 소관 부처 변경 문제를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 개편으로 영향을 받는 국회 소관 상임위 변경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상임위 간판 바꾸기’로 무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 명칭 변경안(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에서 분리되는 기획예산처는 운영위가, 금융위에서 분리 개편되는 금융감독위원회는 정무위가 관할하게 된다. 기획재정위원회는 ‘재정경제위원회’로, 여성가족위원회는 ‘성평등가족위원회’로 바뀐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분리해 가져가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한 소관 상임위는 환경노동위에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로 이름을 바꾼다.
이에 대해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바뀐 정부조직과는 상관없이 국회 상임위 명칭만 바꾸다 보니 각종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졸속이 국정감사와 결산 현장을 심각한 혼란으로 몰아넣는다”면서 “국회의 감사 권한과 부처 소관이 맞지 않아 국정감사와 결산부터 감사 권한 충돌과 질의 권한 공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법 개정안 시행 시점도 뒤죽박죽”이라면서 “일부는 즉시 시행, 일부는 내년도 1월부터 시행된다. 최소한의 법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날림 법개정”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이날 운영위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 부칙을 보면 법을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지만 기획예산처 소관 사항을 관할하는 운영위와 금융감독위원회 소관 사항을 담당하는 정무위, 재정경제부 소관 사항을 관할하는 기획재정위에 대해서는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하도록 예외를 뒀다.
경제 부처 관련 상임위는 내년부터 관할을 시작하지만 에너지 정책 업무가 추가된 기후에너지환경부 소관 상임위는 환노위에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로 이름만 바뀐 채 이달말 또는 다음날 초에 법이 공포되는 즉시 소관 상임위가 된다. 부처 간 업무 이관 시점과 상임위 소관 변경 시점이 맞지 않을 경우 국정감사 및 결산감사의 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행안위 야당 간사)는 지난 22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이렇게 되면 에너지 업무 같은 경우 올해 국정감사를 산자위에서도 해야 되고, 환노위에서도 해야 한다”면서 “내년에 결산 감사를 할 때 1월부터 9월까지는 산자위에서 해야 되는 것이고 10월부터 12월까지는 에너지 업무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가기 때문에 환노위에서 해야 된다”고 말했다.
소관 부처 변경으로 상임위 정수 조정도 이뤄져야 하지만 민주당은 일단 상임위 명칭만 바꾸는 방법을 택했다. 이와 관련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3일 “상임위 정수 조정은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어서 이번에 처리하기 어렵다”면서 “명칭만 바꾸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상임위 정수와 직무 범위를 그대로 둔 채 ‘간판 바꾸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허물고, 국감을 무력화하는 졸속 입법”이라면서 “민주당은 즉각 일방적 간판 바꾸기를 중단하고, 국민과 함께 충분히 논의하는 개편 절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