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EU 태양광발전 비용 전년대비 증가
중국과 인도는 하락 ‘지역편차’ 뚜렷
아시아가 세계 재생에너지 확대 주도
지난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전년대비 증가하고, 중국과 인도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아시아 지역에서 시장 확대를 주도했다.
◆허가 지연·전력망 병목현상이 발목잡기도 = 한국전력 경영연구원은 25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보고서를 토대로 ‘2024년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및 경제성 현황’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재생에너지발전의 경제성(균등화발전비용, LCOE)은 기술 및 공급망 경쟁력 향상 등으로 2010년 대비 62~90% 하락했지만,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LCOE는 에너지자산의 수명기간 동안 평균 발전비용을 나타낸다.
2024년 세계 유틸리티급 태양광 발전의 평균 LCOE는 kWh당 0.043달러로, 2010년 대비 약 90% 하락했으나 전년 0.042달러와 비슷했다.
수직 통합된 공급망과 뛰어난 제조역량을 기반으로 중국의 태양광 LCOE가 0.033달러까지 하락했고, 인도도 0.038달러로 떨어졌다.
반면 미국과 EU는 허가 지연, 전력망 병목현상, 높은 BOS(Balance of System) 비용 등으로 LCOE가 전년 대비 각각 19%, 7% 증가했다. BOS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스템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각 구성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핵심 기술이다.
2024년 세계 육상풍력과 해상풍력의 평균 LCOE(kWh당)는 각각 0.034달러, 0.079달러를 기록했다. 2010년 대비 각각 70%, 62% 하락했지만, 2023년보다는 소폭 상승했다.
육상풍력의 경우 중국 인도 유럽 등 대부분의 주요 지역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중국의 해상풍력 LCOE는 2023년 대비 약 22% 하락한 0.056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미국 해상풍력 LCOE는 전년보다 4% 상승하며 중국의 2배가 넘는 0.123달러였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표준으로 자리잡아 =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발전용량은 사상 최대인 582GW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9.8% 증가한 수치로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발전원별로는 태양광과 풍력(육상+해상) 발전이 각각 452.1GW, 114.3GW 증가하며 전체 신규 용량의 97.3%(태양광 77.7%, 풍력 19.6%)를 차지했다.
아시아는 413.2GW 규모의 설비를 추가하며 세계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했다. 특히 중국은 2024년 태양광발전 용량 증가분의 61.2%(276.8GW), 풍력발전 용량 증가분의 69.4%(79.4GW)를 차지했다. 미국 인도 브라질 독일 등도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설비용량 확대에 나서는 분위기다.
2024년 재생에너지 누적 용량은 4443GW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추세라면 2030년까지 최소 1만1000GW(2023년 용량의 약 3배)를 보급하겠다는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매년 1000GW 이상의 신규 용량이 설치돼야 한다. 아울러 그에 맞게 전력망과 에너지저장용량 확충도 뒷받침돼야 한다.
또 보고서는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주요 시장에서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제조규모 확대, 효율성 개선, 생산과정 최적화 등으로 BESS 설치비용이 하락한 것이 주효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재생에너지의 출력안전성을 제고하고, 전력망 신뢰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가 신용등급 따라 자금조달비용 편차 커 = 한전 경영연구원은 “중국주도의 공급망, 국가 신용등급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정책 안전성 등이 재생에너지 비용결정의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태양광 부품, 풍력 터빈, 배터리 등 수직통합형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는 필요부품의 조달지연을 줄이고,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하지만 의존도가 클수록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위험 프리미엄이 가산되는 점은 저개발국가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걸림돌이다. 실례로 국가 신용 등급이 낮은 가나(Caa3)와 튀니지아(Caa2)에서는 태양광 프로젝트의 금융비용이 LCOE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71%, 70%인데 비해 독일(Aaa)의 경우 14%에 불과하다.
프로젝트의 위험을 낮추고, 투자를 유치하려면 일관성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미국 등 여러 지역에서 정책의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