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가족 울린 차량 경사로 지원사업

2025-09-26 13:00:01 게재

노원구 중증장애인 대상

시범사업 가족이 손편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보다 더 커져 버린 아이를 승용차에 안아 태우고 휠체어를 들어 차에 싣고 또 내리고 이러한 일상이 너무나 힘들고 버거워 포기한 날들…. 이제는 포기하지 않고 언제든 사회의 일원으로 좀 더 나은 일상이 될 듯 합니다.”

심한 뇌병변장애인 아들을 둔 서울 노원구 주민이 오승록 구청장과 공무원들에게 손편지를 전했다. 서울에서 처음 시도한 장애인 차량 경사로 지원사업 혜택을 본 주민이다.

26일 노원구에 따르면 구는 휠체어와 차량 사이 이동 불편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차량용 경사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차량과 휠체어 사이를 이동하거나 휠체어에서 운전석으로 움직일 때, 휠체어를 차량에 싣는 과정마다 보조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시범사업을 추진해 3명을 선정했다. 보조기기 설치를 마무리하고 지난 25일 상계동 장애인 전동보장구운전연습장 일원에서 시승 행사를 연 참이다.

25일 행사장에서 중증장애인이 차량용 경사로를 이용해 시승하는 모습을 오승록 구청장 등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 노원구 제공

상계동 주민 곽성호(27)씨가 첫 지원을 받은 3명 중 1명이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직접 성호씨를 돌보는 어머니 김혜경(65)씨가 이날 행사장에 손편지를 들고 와 낭독했다. 김씨는 특수 자세 보조기구를 장착해 무게가 45㎏에 달하는 휠체어와 아들을 안아 옮겨야 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현재 허리협착증까지 앓고 있다.

김씨는 “가족들이 다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다”며 “지친 어깨 위에 희망을 얹어주었다”고 전했다. 그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마음을 세심하게 정책에 담아낸 일은 우리 가족들의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됐다”며 “노원구 주민임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중증장애인 가족들의 마음을 대변한 편지에 행사에 참여한 장애인단체와 복지시설 관계자 등 100여명이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구는 이날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을 장애인 당사자들에게 상세히 공개하고 최근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장애인친화병원 확대 운영 성과도 소개했다. 전동보장구 무상 점검과 세척 서비스도 함께 진행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이번 사업 역시 지난해 장애인부모 단체에서 일상의 어려움을 말씀해 주신 것으로 시작해 정책으로 가다듬었다”며 “당사자와 보호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장애인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일들을 찾아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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