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국민의힘, 여론전 병행
민생법안은 협조, 여야 합의 안된 쟁점법안은 반대
정부조직 일방추진엔 필버 대응 … 장외집회 예고
국민의힘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투트랙 전략’을 가동하며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민생법안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을 하면서도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하는 강온전략을 전개 중이다.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 카드로 여당의 입법독주에 맞서는 한편 장외 집회를 통해 정부여당의 독주 프레임을 부각,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있다.
당초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진행을 검토했던 국민의힘은 25일 상정된 민생 및 비쟁점 법안 처리에 협조했다. 이에 따라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한 문신사법 제정안과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 성공개최 및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한 결의안’은 재석 260인 중 찬성 260인으로 만장일치 가결됐다.
민생과 국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당내 일부에서는 ‘모든 법안을 필리버스터 하자 그래야 실질적인 의사진행 방해가 되는 거 아니냐’ 그런 얘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민생법안, 쟁점이 없이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법안은 빨리빨리 기다리시는 국민들을 위해 처리하는 게 국회의 기본적인 도리라는 차원에서 쟁점법안이 아닌 민생법안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하지 않고 합의 처리하는 쪽으로 동의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생법안 처리 이후 상정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졸속 입법’이라며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25일 오후 6시 30분경부터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가운데 26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15시간이 넘도록 반대 토론을 진행 중이다.
박 의원은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3개 정부 조직을 개편할 때 넉달 걸렸는데, 민주당은 13개 조직을 열흘 만에 개편하려고 한다”면서 “최소한 상임위 토론이라도 있었다면 무제한 토론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이어 26일 오후부터 순차적으로 상정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4개 쟁점 법안에 대해 4박 5일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예정이다.
26일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송언석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본회의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가의 미래와 민생경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개악법”이라면서 “나쁜 정부조직 개편이며 국민들만 피해를 입게 될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어제부터 우리 국민의힘은 정부 조직 개악 4법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착수했다”면서 “검찰 해체, 예산권 독점을 위한 기재부 해체, 위인폐관 방통위 해체, 탈원전 시즌2인 원전 해체, 노골적인 통계 조작 등등 모두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정부조직 개악에 대해서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를 통해 여당의 입법 독주 부당성을 알리는 한편 주말인 28일 오후에는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장외 집회를 개최한다. 지난 21일 대구 장외집회에 이어 두번째다.
장내외 여론전을 통해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재명 정부의 실정과 민주당의 입법 독주 프레임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추석 밥상 민심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와 관련해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국회에서는 국회에서 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도 하고 국정감사도 열심히 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는 전면적인 여당의 국정농단, 여당의 헌정질서 파괴, 국정운영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 최고위원은 “장외집회 효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지만 일단 장내외의 투쟁을 필요하면 어떤 것이든지 병행한다는 것이 지도부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같은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에게는 사법부를 장악해 삼권분립을 무너뜨리려는 민주당의 폭주를 멈추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로 그 부당성을 소상히 알리고 이번주 일요일 오후 2시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에서는 국민과 함께 뜻을 모아 대한민국을 지키내는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