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 전산망 마비, 여야 서로 책임전가 ‘급급’
민주 “윤 정부, 법안·예산 차단” … 국힘 “재난 책임은 현 대통령”
국회 행안위, 현장 방문 … 1일 현안질의, 국감 쟁점 부각 예상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민심 잡기에 고심하고 있는 여야가 국가 전산망 마비를 놓고 책임 공방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지부진한 관세 협상, 주가·지지율 하락 등으로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화재 한 번에 국가 전산망이 마비된 사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 등 여당의 독주를 기점으로 합법적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장외 투쟁을 더한 ‘쌍끌이 공세’로 지지층 결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민의힘은 ‘전산망 마비’를 이재명정부에 대한 공격 지점으로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여당은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에, 야당은 이재명정부의 초동대응에 초점을 맞춰 책임론 공방에 나섰다.
29일 전날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 다녀온 신정훈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최종적으로 원인 파악이 이뤄지지 않았고 사고 발생 경위와 현장 상황만 확인하고 돌아왔다”며 “전산망 관리 과정의 문제점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에서 오늘이나 내일에 현안질의를 하자고 해서 현장상황 파악이 된 뒤에 하는 게 좋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다음달 1일에 현안질의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의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이나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무정전 전원장치와 데이터 서버를 한 방에 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며 “2014년에 통합 전산망이 설치된 이후 이러한 취약성을 제대로 보완하지 않은 게 가장 크고 2022년 카카오 사태나 2023년 정부 시스템 마비 사태 이후 적절히 대응했는지를 따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행안부가 일정한 지침을 갖고 정부 전산망의 이중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도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면서 “초기 진화과정에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는지, 현장관리가 매뉴얼대로 됐는지 등도 확인해봐야 될 내용”이라고 했다.
같이 현장을 둘러본 행안위 소속의 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국제 기준이 이중화를 하도록 돼 있다. 우리 정부가 국제 기준을 따르지 않았던 문제”라며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에 예산 반영 노력을 해서 2024년도 예산안에 251억원 정도가 반영됐지만 2024년 8월경에 행안부가 갑자기 그 예산을 사용치 않고 235억원 정도를 삭감하겠다는 요청을 하고 삭감이 됐다”고 했다. 이어 “이중화 조치와 재해복구(DR) 조치를 위한 예산을 요청했지만 행안부가 반영해 주지 않았다고 국세청과 조달청에서 확인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위 의원은 2024년에 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화재 특정 대상물로 지정해 관리하자’는 법안을 냈지만 과기부, 소방청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반대해 계류된 점도 지적했다.
전날 민주당과 별도로 화재 현장에 나간 국민의힘 행정안전위 소속 의원들은 “안전 매뉴얼 미준수와 복구 지연, 재난문자 늑장 발송으로 국민불편을 키웠다”며 사고 발생과정과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에 대한 비판에 주력했다.
구체적으로 “현장점검에서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 작업”이라며 “소방당국은 배터리 이동 과정에서 전동드릴의 사용여부와 함께 드릴을 사용했을 경우 스파크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했다.
또 행안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화재 직후 국민권익위, 소방청 등이 잇따라 재난문자를 발송했지만, 행안부는 12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전 8시에야 안내 문자를 보냈다”며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에서 주무 부처가 가장 늦게 움직였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단순 화재가 아니라 정부 시스템 관리 실패가 빚은 인재”라며 △배터리 작업 매뉴얼 및 책임자 공개 △이중화 시스템 도입 로드맵 제시 △대민 서비스 복구 일정 구체적 발표 △재난문자 발송 기준 공개 등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재명 대통령이 2023년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 당시 국가재난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행안부 장관 해임을 주장한 것을 소환하며 이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행안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인천관광공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허술한 관리 행태가 국민 생활과 사이버 보안에 큰 위기를 초래했다”며 “이재명 정권이 사법 파괴와 입법 독재에 몰두하는 사이 민생에 심각한 구멍이 뚫리고 있다”고 했다.
박준규·박소원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