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없는 조희대 청문회…맹탕 재탕?
여당 밀어붙인 30일 청문회 조 “사법독립 침해” 불출석
사법개혁안 처리 영향 관심
국회 법사위의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가 맹탕으로 끝날 우려를 사고 있다. 국민의힘이 청문회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조 대법원장을 비롯한 핵심증인이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이 “사법부 신뢰회복의 마지막 기회”라며 압박하고 있지만 조 대법원장 등이 출석할 가능성은 낮다. 법사위의 전격적인 청문회 의결을 놓고 민주당 내부에서 진통을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후 사법개혁안 처리에서도 적잖은 후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에서 “조희대 청문회에 조희대가 불출석 한다고 한다”면서 “사법독립 운운하고 있는데, 입법부는 누구라도 불러서 청문회를 진행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사법부가 국회의원을 재판정에서 심판하는데 입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을 훼손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대표는 “조 대법원장은 궤변하지 말고 당당하게 청문회에 출석해 진실을 밝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에 따르면 30일 국회 법사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과 오민석 서울중앙지법원장, 지귀연 부장판사 등이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의견서에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선고한 판결과 관련한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사법 독립 보장 취지에 반한다”고 밝혔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의 불출석 의견서에 대해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저버린 오만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청문회는 판결 내용 자체가 아닌, 기록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조급한 판결과 그로 인한 대선 개입 의혹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안이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과 책임자 문책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장인 전현희 최고위원도 별도 회견에서 “청문회는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이를 명심하고 출석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 대법원장의 최종 불출석 시 조치에 대해 “다시 증인으로 부르거나 고발하는 방식 등이 있는데 수위를 어떻게 할지 더 논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법사위는 지난 22일 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증인·참고인 출석의 건을 의결했다.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도 청문회 개최와 관련한 사전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친명계 중진인 김영진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 결정과 관련해 지난 25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사위가 모든 정치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절제되고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 대법원장 청문회에 대해 “약간 급발진하지 않았나”라며 “당내 전체, 지도부와 상의하고 사전에 준비 절차를 거쳐서 상호 동의하에 진행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 체제 이후 정국운영과 대야 대응에서 강경 일변도로 흐른다는 일각의 우려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증인의 불출석으로 30일 청문회가 맹탕으로 진행될 공산이 커진 가운데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도 속도전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이번 주 대법관 증원을 중심으로 하는 사법개혁 방안을 조만간 내놓으면서 사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8월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다양성 확대 △법관평가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