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35년 만에 국무총리 직속 국가데이터처 승격

2025-09-29 13:00:03 게재

AI 시대, 공공·민간 아우르는 ‘데이터 컨트롤타워’ 격상

첫 내부승진 안형준 청장 배출 … 겹경사에 ‘사기 충천’

통계청에 경사가 겹쳤다. 통계청(청장 안형준)이 다음 달 1일부터 국무총리 직속 ‘국가데이터처’로 승격해서다.

기획재정부 외청(外廳)기관으로 운영된 지 35년 만이다. 정부는 최근 확정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통계청의 위상을 차관급 독립기관으로 격상한다.

국가데이터처는 범정부 데이터 거버넌스를 총괄하는 기능을 맡게 된다. 여기에 통계청은 개청 이래 처음으로 통계청 현직 출신이 수장을 맡게 됐다. 겹경사에 통계청 내부는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안형준 통계청장이 지난 15일 대전 통계청에서 열린 2025년 통계청-한국지방행정연구원-OECD 국제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통계청 제공

◆국가 데이터 전략 주도 = 이번 개편은 데이터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자원으로 부상한 흐름에 대응하려는 조치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통계청의 전통적 조사·분석 기능을 바탕으로, 향후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를 아우르며 국가 차원의 데이터 전략을 주도하는 컨트롤타워로 자리 잡게 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공공데이터는 행정안전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민간데이터는 과기부가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부처별 칸막이와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이를 지휘할 권한을 국가데이터처가 갖게 된다. 데이터 간 연계·활용이 활발해지면 새로운 국가 통계 개발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국가데이터처는 △국가 통계의 기획·조정 △공공데이터 개방 확대 △정부부처 간 데이터 연계와 표준화 △데이터 품질 관리와 정책활용 지원 역할을 맡는다. 특히 최근 급속히 확산하는 생성형 AI 기술의 기반이 되는 학습용 데이터 공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정부 정책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설계되도록 지원하는 것도 핵심 임무다.

통계청도 내부적으로 조직변화를 준비 중이다. 단순한 통계 관리를 넘어서 부처 간 데이터를 연계·융합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활용도를 높일 방침이다. 또 AI가 해석할 수 있는 메타데이터 표준을 마련해 데이터 구조를 정형화하고, 정책 현장에서 필요한 분석 자료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가데이터처 출범에 맞춰 고가치 공공데이터 개방 범위를 넓히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15종의 주요 데이터를 통합 개방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고,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방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업과 연구 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생태계를 확장하고,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다.

◆1948년 통계국으로 첫걸음 = 통계청 관계자는 “이번 승격은 단순한 기관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공보처 산하 ‘통계국’으로 출범했다. 이어 1990년 ‘청’으로 승격됐다. 이때만 해도 기획재정부 외청 소속이었으나 이번에 35년 만에 독립된 기구로 확대 개편된 것이다.

다만 국가데이터처에 부처 간 통계 업무를 조율할 실질적 권한과 예산확보를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1968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안 신임 청장은 제천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행정고시 40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통계청에서 물가동향과장·통계정책과장을 거치며 주요 경제·사회 통계를 직접 생산·관리한 ‘기획통’ 관료로 꼽힌다.

2017년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한 뒤에는 경제통계국장, 경제동향통계심의관, 통계정책국장 등 핵심 보직을 맡았다. 2023년 경인지방통계청장을 거쳐 지난해 1월 통계교육원장에 올랐다. 같은 해 8월 통계청 차장으로 임명돼 정책부처의 통계 활용 확대와 국가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확립에 기여했다.

조직 내 평판도 우수하다. 직원 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관리자’로 꼽혔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기획통’에 걸맞은 판단력과 현장 대응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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