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진우 근로복지공단 노조 위원장
“재난·산재, 사후 대응에서 예방 중심 전환 시급”
하청·비정규직 안전 사각지대 해소
중대재해법 실효성 강화 필요 강조
최근 잇따른 중대산업재해와 기후위기성 재난이 한국사회의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진우 근로복지공단노동조합 위원장은 “한국은 법과 제도는 상당히 마련됐지만 현장의 실행력과 예방 중심 문화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한국노총 공공연맹 상임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국민재난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 위원장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 사각지대 해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실효성 강화 △공공기관의 선도적 역할 △기후위기 대응형 산업안전 전략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 활용 등 한국 재난·산업안전의 과제를 짚었다.
그는 한국 산업안전 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사후 대응’ 중심 문화를 꼽았다. “각종 대책이 발표돼도 현장 예방조치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다”면서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 사각지대를 우려했다. 원청이 책임을 회피하고 하청은 안전예산을 줄이기 쉬운 구조에서 고위험 업종일수록 사고율이 높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그는 “법의 취지는 옳지만 기업이 법망을 피하려는 방식에 집중한다면 실효성이 약화된다”며 “공공기관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민간이 참고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안전관리 모델’을 제시하고 교육 확대를 통해 안전문화 확산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개선책으로는 △노동자 참여형 안전점검 △실질적 위험 작업 거부권 보장 △직업병 예방 시스템 강화를 꼽았다. 특히 위험작업 거부권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산업안전은 기후안전과 직결된다”며 폭염 시 근로시간 조정, 홍수 위험 시 작업중단, 스마트 안전센서 도입 등 기후 적응형 대책을 제안했다.
재난안전 예산과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며 “중소기업 안전관리 예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AI 기반 위험 예측, 드론·사물인터넷(IoT) 점검, 빅데이터 사고 패턴 분석 등 디지털 기술 활용도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 실제 작동하려면 표준화와 인력교육, 정책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노조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이라며 안전실태 조사, 3자 협의체 참여, 교육 확대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안전을 비용이 아닌 기본권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기업·노동자가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 중심 안전문화가 확산돼야 한국이 재난·산업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