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냉방비 폭탄’ 없었다
유례없는 무더위에도 ‘전기요금 대란’ 비켜가
한전 절전방법 홍보 … 소비자 자발적 실천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사는 정 모씨는 8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내심 놀랐다. 올 여름 유례없는 무더위로 냉방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했는데 전기요금이 지난해보다 적게 나왔기 때문이다. 세대당 전기요금이 20만원은 족히 나올 것이라 각오(?)하고 있었는데 13만5020원 부과됐다. 전력사용량은 570kWh로 전월(539kWh) 보다 많이 나왔지만 지난해 같은 달(701Wh)보다 훨씬 적었다. 정 씨는 커튼으로 햇빛을 가리고, 실내 에어컨 온도를 27도로 일정하게 맞춰놓고 사용한 것이 주원인 같다고 했다.
2025년 대한민국의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밤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은 전국 평균 15.5일로, 평년 9.0일보다 많았다. 서울은 열대야일수가 46일이나 돼 1908년 관측이후 최대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가정은 에어컨을 장시간 가동할 수밖에 없었고 “올 여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으면 냉방비 폭탄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예상과 다른 가정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삼성동에 거주하는 박 모씨 가정은 8월 요금이 17만6530원(683kWh)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7만8410원(686kWh)보다 소폭 적게 나왔다.
대구시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지난해 8월 9만5840원에서 올해 8월 6만7710원으로, 경남 창원시 이 모씨는 같은기간 8만8180원에서 6만1780원으로, 전남 나주시 김 모씨는 9만790원에서 7만3210원으로 각각 줄었다. 세종시에 사는 1인가구 박 모씨는 전력사용량이 233kWh에서 211kWh로, 경기도 의왕시의 장 모씨 가정은 399kWh에서 385kWh로 감소했다.
오른 경우도 있다. 서울 용두동에 거주하는 변 모씨 가정은 7월 중순~8월 초순 전기요금이 12만770원(529kWh)으로 전년 동월 11만9490원(524kWh)보다 소폭 더 냈다. 전북 익산시 이 모씨는 11만770원(501kWh)에서 14만5400원(597kWh) 부과됐다.
이 씨는 “올여름 너무 더워 잠 잘 때도 에어컨을 켜놓았는데 요금이 3만5000원 증가했으면 선방했다고 생각한다”며 “에너지효율등급이 좋은 가전제품으로 바꾸고, 절전 팁을 참고해 사용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기요금 부과는 개별 가정의 사용패턴과 효율개선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냉방비 폭탄’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은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올해 초부터 ‘여름철 전기요금 수준과 절감 실천요령’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한전 관계자는 “올여름 고객들이 냉방비 대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 누진구간과 효율적 에어컨 온도설정(26~28도) 등 절감 요령을 지속적으로 안내했다”며 “소비자들이 전력사용 패턴을 바꾸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등 자발적 실천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