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뉴질랜드 시민 ‘원조 한류’ 매력에 풍덩
송파구 ‘제25회 한성백제문화제’ 폐막
백제시대부터 이어진 ‘문화의 힘’ 눈길
“안녕하세요, 송파구!” “안녕하세요~.”
지난 27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3단으로 넓게 펼쳐진 무대 위에 얼굴과 팔에 문신을 하고 맨발에 구슬을 엮은 듯한 허리띠와 치마를 걸친 마오리족 전사들이 무대에 올랐다. 뒤편에 내걸린 커다란 화면에는 마치 뉴질랜드 숲속인 듯 밀림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짐승 몰이를 하는 듯한 소리와 구슬픈 음률로 심금을 울리는 연가(戀歌)부터 신과 자연에 바치는 기도까지 이어간다. 무대 앞쪽에 펼쳐진 객석을 가득 메운 주민들은 물론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둘러앉아 주말 오후를 즐기던 시민들이 “멋있다”를 연발하며 박수를 보낸다.
30일 서울 송파구에 따르면 올해로 25회째를 맞은 한성백제문화제가 지난 26일 시작해 28일 막을 내렸다. 특히 ‘하나되어 나아가는 문화의 힘’을 주제로 한 올해는 민선 8기 들어 문화제에 담아온 ‘문화의 힘’ 절정을 선보였다.
지난 2022년 ‘도도히 흘러온 문화의 힘’을 시작으로 2023년과 지난해에는 ‘강을 넘고 바다를 건너는 문화의 힘’과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문화의 힘’으로 문화제를 꾸몄다. 2000년 전 한성백제에서 시작해 세계인이 한국에 열광하고 있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화 융성 과정과 함께 찬란한 전통문화와 미래 전망을 보여준다는 취지다.
무엇보다 올해는 해외 자매도시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 일본 도쿄도 분쿄구 주민들이 송파구 주민들과 어우러져 눈길을 끌었다. 지난 27일 동별 자치회관에서 난타와 라인댄스 풍물놀이 등을 배운 주민들이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선보이기에 앞서 크라이스트처치 ‘포카이쿠라’ 공연단 10명이 무대에 올랐다.
자매결연 30주년을 기념해 약 1만㎞ 거리를 날아와 마오리족 전통춤 ‘하카(Haka)’를 선물했다. 힘찬 동작과 구호로 용기와 단결 환영을 표현하는 춤을 통해 두 도시 주민들이 문화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전했다.
스티븐 최 자매도시위원장은 “마오리 전통 공연이 양 도시의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함께 발전해 나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반짝이는 불빛, 멋진 공연과 체험 등 한성백제문화제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분쿄구 대표단은 지난해 12월 자매결연 체결 이후 송파를 처음 방문했다. 대표단은 문화제 개막부터 폐막까지 사흘간 함께하며 축제와 문화 체험, 주요 시설 시찰 등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지난 27일 한국요리교실이 큰 인기였다.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 주민들이 김밥과 잡채를 만들며 즐겼다. 이날 두 도시 대표와 의장들도 한식을 요리하며 소통했다. 나리사와 히로노부 분쿄구장은 “개막 무대 규모와 높은 예술성에 감탄했다”며 “두 도시가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하며 서로 도움이 되는 기회를 자주 만들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찻날 ‘하나되는 문화의 힘’ ‘나아가는 문화의 힘’ 공연으로 막을 올린 잔치는 27개 동 주민들이 준비한 한마음어울마당과 폐막 공연 한성문화콘서트로 막을 내렸다. 딸 가족과 함께 문화제를 즐긴 김영미(66·잠실동)씨는 “저녁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어 좋다”며 “백제 문화를 일본에 전해준 송파가 한류의 원조임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송파구와 한국 문화의 매력을 자매도시에 소개해 줄 수 있어 기쁘다”며 “주민 참여와 국제 교류가 어우러진 축제를 만들어 송파의 문화적 저력을 널리 알리고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각적인 교류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